‘청춘스타’, 실력 좋고 매력 있는 청춘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채널A 오디션 <청춘스타>의 시청률이 0%대(닐슨 코리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회 0.4%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찍던 시청률이 이번 주는 살짝 올랐지만 여전히 0.5%다. 이제 준결승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이런 결과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만이 아니라 기획적인 포인트, 채널 색깔, 주 시청층 등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0%대라면 마치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청춘스타>는 보컬파, 아이돌파, 싱어송라이터파 이렇게 세 카테고리로 나눠 경합을 벌인다는 콘셉트로 시작했지만, 바로 이런 여러 결을 하나로 묶어낸 것이 무리수가 됐다고 생각된다. 또 심사위원의 심사를 없애고 온전히 평가단에게 승패를 맡기는 방식도 혁신적(?)이긴 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다 여겨진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시청률이 바닥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이 신예 청춘들의 무대가 0%대 시청률로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많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갖고 출연하고 있어 일일이 기억하기가 쉽진 않지만 갈수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참가자들이 적지 않다.

나얼의 어렵기로 유명한 ‘바람기억’을 불러 ‘여자 나얼’ 심지어 “포스트 아델”이라는 평가를 받은 현신영은 소름 돋는 가창력의 소유자다. 보통 고음을 잘 내는 가수들도 버거워 할 높은 음도 힘 안들이고 바로 쭉쭉 뽑아내는 현신영은, 그 고음을 얇게도 또 굵게도 자유자재로 낼 줄 아는 놀라운 가창력으로 엔젤뮤지션들로 하여금 끝없는 감탄사를 터트리게 만들었다.

노래도 결국은 표현이고 그래서 연기가 더해지면 극강의 몰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김푸름 같은 인물도 있다. 그다지 소리를 지르거나 고음을 내거나 하지 않지만 특유의 슬픔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듯 부르는 노래에는 관객들도 시청자들도 숨죽이고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청춘스타>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풋풋하고 맑은 음색으로 꾸밈없이 부르지만 가슴을 건드리는 류지현도 빼놓을 수 없다. 음색 요정이지만 노래에 대한 해석력이나 몰입도 출중하다. 김효진과 함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쉽지 않은 곡을 부르게 되면서 그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고 노래를 더욱 고조시키는 브리지를 직접 만들어 넣는 것으로 엔젤뮤지션 말대로 한 사람의 일평생을 노래 한 곡으로 보여주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구만의 레트로는 지금의 청춘들이 어떻게 옛 감성을 힙하게 현재로 소환해내는가를 잘 보여주는 아티스트였다. 돌직구를 던지듯 파워풀한 보컬 실력을 선보여 돌포츠라 불린 강찬휘, 갈수록 디바의 면면이 느껴지는 백희연, 유용민, 박해원과 함께 모노의 ‘넌 언제나’를 불러 <청춘스타>라는 오디션의 색깔이 묻어나는 ‘청춘찬가’를 불러줬던 신아린, 멜로 눈빛으로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를 다른 감성으로 소화해낸 구기훈과 백아 등등 빛나는 참가자들이 줄줄이다.

물론 무대마다 급성장을 보이는 아이돌들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갈수록 성장해 이제는 무대 메인을 차지해버린 박현이나, 혼자 솔로로 나서서도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올라운더 정성윤, 춤도 잘 추고 가창력도 뛰어나지만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좋은 윤도하, 일본인이지만 완벽한 한국말에 춤, 노래까지 겸비한 카즈타, 남다른 에너지로 어떤 팀에 들어가도 모두의 기량을 200% 끌어내는 양준혁...

사실 <청춘스타>는 참가자들만 놓고 보면 아쉬운 구석이 별로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제목에 걸맞게 청춘들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된 곡을 듣는 맛도 괜찮고,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고 어쩌면 시청률에는 독이 됐을 보컬, 아이돌, 싱어송라이터로 나뉜 무대들도 차츰 보다보면 다양한 음악의 결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애매한 정체성이 주는 한계가 분명하고 그래서 프로그램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이런 빛나는 청춘 아티스트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나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다. <슈퍼스타K>, <K팝스타> 같은 오디션이 사라지고, 밴드나 싱어송라이터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청춘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준 것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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