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대장’ vs ‘조선판스타’, 국악 대중화의 명운 건 신명나는 한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한동안 TV를 집어삼켰던 트로트가 물러나면서 그 유산으로 오디션 예능을 남겼다. 시효를 다했다던 오디션 예능은 여러 트로트 경연을 시작으로 JTBC <싱어게인>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아이돌 예능도 잡초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다시 번져나가고 있고, JTBC <슈퍼밴드2>, 최근 엠넷의 대형 화제작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무려 10시즌으로 돌아온 <쇼미더머니10>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경연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이런 오디션 예능의 붐 속에서 다음 주자로 관심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국악’이다. 국악계는 경연 예능이란 프리즘으로 볼 때 역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로트업계와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있다. 마이너 하지만 굳건한 뿌리와 씬이 존재하는 판이고, 우리의 문화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쾌감이 있으며, 자신의 신념과 재능을 지켜온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견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데다 경연에 어울리는 출중한 가창 실력이 보장된다. 게다가 지난해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가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새로운 국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났다.

이런 흐름 속에 KBS는 지난 설 연휴 <조선팝 어게인>, 판소리 뮤지컬 드라마 <구미호 레시피> 등 국악을 소재로 한 파일럿을 내놓았고, 경연 예능으로 큰 재미를 본 MBN은 지난 8월 가장 먼저 최초의 퓨전 국악 오디션 예능이란 간판을 내걸고 <조선판스타>를 런칭했다. 그리고 지난 달 28일 JTBC에서는 <싱어게인>의 성공을 참조해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이라는 <풍류대장>을 런칭했다.

한 달 간격으로 런칭한 두 국악 크로스오버 오디션쇼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국악을 선사한다. 신선한 얼굴을 소개하고, 전통음악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과 상식을 넘어서는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크로스오버 국악의 기수들인 유태평양, 경로이탈(이상 <조선판스타>), 위로, 고래야, 서도밴드, 김준수(이상 <풍류대장>)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꾼들이 등장해 그전에 없던 경험의 지평을 넓혀준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말하면 국악 그 자체로는 아직까지 대중 콘텐츠로 소구되기 쉽지 않다는 뜻이며 오디션에서 통할만한 직관적인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크로스오버라는 필터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움이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건 국악 크로스오버를 다루는 두 프로그램이 엇비슷한 시기에 런칭하면서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유례없는 실험을 중계해 준다는 점이다. 소재도, 크로스오버라는 국악에 접근하는 방식도 같지만 <조선판스타>에 비해 <풍류대장>은 한 단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보다 목표가 구체적이고 콘셉트도 확실하다. <풍류대장>은 크로스오버를 하는 이유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듯 심사위원을 김종진, 이적, 박정현, 성시경, 송가인, 우영, 솔라 등 전원 현재 대중음악 씬에서 활동하는 인물로 채웠다. 반면, <조선판스타>는 절반 이상의 심사위원이 음악과 무관한 방송인이고, 음악인 그룹도 명창 신영희 선생님과 국악인 겸 배우이자 방송인인 이봉곤, 김나니를 제외하곤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로 이뤄져 있다.

<조선판스타>는 크로스오버를 1차원적인 매시업(두 가지 이상의 노래를 합쳐서 만든 노래)으로 해석해 곡이 주는 감동보다는 소리꾼들이 두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집중한다. 중반이 넘어가면서 없애긴 했지만 ‘판터닝’이란 설정을 제시해 편곡을 천편일률적으로 국악과 가요의 드라마틱한 전환에 초점을 맞췄었다. 반면 <풍류대장>은 화학적 크로스오버를 중시한다는 이적의 심사의원 평에서 드러나듯 크로스오버의 목적, 그리고 잘 된 크로스오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심사의 주제이자 프로그램의 과제로 드러낸다. 이른바 월드뮤직 장르에서 통용되는 기존의 ‘국악 크로스오버’를 넘어선 크로스오버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래서 <조선판스타>에는 전반적으로 몰입의 물꼬를 터줄 스토리텔링이 무척 빈약한 반면, <풍류대장>은 창작곡도 받아들여 출연자들이 크로스오버라는 미션을 어떻게 풀어내서 하나의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낼지 기대를 품게 만드는 씨앗을 1회부터 열심히 심는다. 스토리텔링은 오디션쇼의 만듦새의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크지만 국악도 낯선 마당에, 크로스오버, 퓨전 음악에 대한 이해까지 요구되는 난이도가 있는 경연 무대를 즐기기 위한 유용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조선판스타>는 MC 신동엽의 “판 뒤집을 준비 되셨나요?”라는 활기찬 한마디로 시작했다. 1억 원을 걸고 다양한 장르와 국악이 만나 파격적인 무대를 통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기대보다는 잠잠하다. 그럼에도 젊은 소리꾼들의 스타성과 가창력을 비롯한 매력은 확실히 선사했고, 그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풍류대장>이 바로 이어 붙어 불을 다시 지폈다.

년도 영화 <서편제> 이후 국악계에 대중적 관심이 이토록 몰린 적은 없었다. 국악계 내에서도 미래를 결정지을 기회이자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러 가지 까다로움과 어려움에도 국악의 실험은 무척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번 두 오디션쇼는 그 중계현장과 같다. 현재 전 세계를 주름잡는 오늘날 우리네 대중음악사에 국악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그렇다면 그 방식은 무엇일지, <풍류대장>이 ‘한국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쓰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는 성시경의 말대로 송가인이나 임영웅 같은 빅스타를 배출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물론, 국악이란 장르 자체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명운을 건 신명나는 판이 벌어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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