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대장’은 오디션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보여줬다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오디션 <풍류대장>이 종영했다. 초대 풍류대장은 서도밴드에게 돌아갔고, 마지막까지 경연을 벌인 김준수와 AUX는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나뉘었지만 <풍류대장>에 출연한 국악인들은 모두가 얼굴이 밝았다. 최종 6인에 오르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탈락한 출연자들도 또 그 이전에 탈락한 이들도 모두 기분 좋은 얼굴로 결승전 무대를 보며 환호를 보냈다. 그건 경연이라기보다는 공연에 가까웠다.
사실 <풍류대장> 초반만 해도 과연 국악 크로스오버가 어떤 형태일 것인가에 대한 그림은 그 누구도 갖지 못했다. 서도밴드처럼 이미 ‘조선팝’의 기치를 내걸고 국악 크로스오버를 해온 국악인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것이 대중적 저변을 갖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심사위원들인 김종진, 박칼린, 이적, 박정현, 성시경, 송가인, 우영, 솔라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그들조차 반신반의했다. 과연 괜찮을까? 대중들도 좋아할만한 국악 크로스오버는 가능할까.

박정현이 말한 바대로 이런 편견은 첫 회에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그 첫 주자는 에미넴의 ‘Lose Yourself’에 자기 스토리를 넣어 국악과 퓨전해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예림의 무대였다. 그는 국악이 힙합과 어우러지고 동시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더함으로써 더할 나위 없는 힙한 크로스오버가 가능하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물론 국악의 다양한 크로스오버가 모두 성공적인 건 아니었다. 다소 실험적인 무대들은 대중적으로 소화되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어떤 무대는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그저 물리적으로 엮어놓은 크로스오버 무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감한 실험들이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로써 국악은 재즈와도 어우러졌고, 록이 되기도 했으며, 판소리 한 판이 아이돌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정가 같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국악의 한 분야를 대중적으로 인지하게 해주기도 했다.

초대 풍류대장이 된 서도밴드는 이미 등장부터 압도적이었다. 국악이지만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는 쿨하고 힙한 음악을 연달아 선보였다. 박칼린의 말처럼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압도적인 음악이었다. 김준수는 판소리를 베이스로 해서 얼마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가를 보여줬고, AUX는 압도적인 가창력과 연주 실력이 더해져 국악의 여러 색깔들이 가능하다는 걸 무대를 통해 입증했다.
결승에는 아쉽게 오르지 못했지만 정가의 매력을 선사했던 최여완, 촘촘, 해음, 잔향 같은 국악인들이 있었고, 자기 스토리를 담아 고전이 된 국악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창’ 국악들을 선보인 최재구, 오단해, 신동재 같은 국악인들도 주목할 만했다. 결국 크로스오버의 핵심은 ‘현재성’에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고, 국악이 현재의 대중들에게 계속 들려지고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는 ‘고전의 반복’만이 아니라 현재의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걸 이들의 무대는 전한 것이었다.

결승 무대를 특별하게 만든 심사위원들과의 콜라보 무대는 3개월 간 달려온 <풍류대장>의 성과를 잘 말해줬다. <풍류대장>을 통해 정가의 매력에 푹 빠졌던 성시경은 최여완의 정가와 함께 ‘그대네요’를 콜라보해 들려줬고, 오랜 절친이기도 한 송가인과 AUX가 함께 부른 ‘영원한 친구’는 국악 버전으로 재해석한 가요를 들려줬다. 박정현과 서도밴드가 함께 부른 ‘이별가’는 오히려 박정현의 국악 도전처럼 보였고, 이적, 최예림, 최재구, 오단해, 구민지, 신동재가 함께 한 ‘같이 걸을까’는 국악인들의 마음을 가사에 담아 ‘작창’을 통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것이 국악 크로스오버의 형태가 될지 알 수 없었지만, 3개월 간의 실험을 통해 그 형태가 어느 정도 잡히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풍류대장>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또 다른 존재 가치를 보여준 셈이 됐다. 즉 누가 우승자가 되는가 하는 경연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이 형식을 통해 어떤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소외된 아티스트들을 대중적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주는 것이 오디션이기도 하다는 것. <풍류대장>은 국악이 고루하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 힙할 수 있다는 걸, 경연이라는 실험적 형식을 통해 입증한 오디션이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