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정체성에 허점 드러난 ‘청춘스타’의 추락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청률 0.8%(닐슨 코리아). 솔직히 채널A 오디션 <청춘스타>의 시청률은 아쉬움을 넘어 충격적이다. 2회까지 1.1%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것도 놀랍지만, 3회에 이르러 오히려 시청률이 더 하락했다는 건 이 야심차게(?) 준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심각한 기획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걸 뜻한다.

일단 ‘엔젤뮤지션’으로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청춘스타>의 기획이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이승환이 자리했고 윤종신, 김이나에 박정현까지 참여했다. 여기에 윤하, 소유, 강승윤, 이원석, 노제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주로 등장하는 가수들 구성으로만 보면 한 마디로 쟁쟁하다.

하지만 이들은 심사위원이 아니다. ‘엔젤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의 무대에 대해 저마다의 감상과 조언을 슬쩍슬쩍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200점 만점으로 치러진 예선에서 이들 엔젤뮤지션들은 현장 판정단으로 참여한 관객들과 똑같이 1점씩만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이런 선택은 아무래도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 특히 아이돌이 등장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거졌던 공정성 논란을 아예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었을 게다. 심사위원조차 참가자들과의 유관관계가 의심되며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곤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게 된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렇게 심사위원 없이 엔젤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참여시키자 이들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은 단지 심사만 하는 역할에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역할 이외에도 각각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선발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스타를 발굴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일종의 방향타 역할도 심사위원들이 하게 된다.

또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낯선 장르나, 미처 그 전문적인 영역을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는 교육적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K팝스타> 같은 경우 논란과 비판도 많았지만 박진영 같은 심사위원이 내놓은 일련의 가창력에 대한 기준들은 그 오디션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 면이 있었다. 또 <팬텀싱어>나 <슈퍼밴드> 같은 데서 하모니나 밴드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설명은 시청자들이 더 깊게 그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저 보컬파, 싱어송라이터파, 그리고 아이돌파로 나누어 참가자들을 구성하고, 이들이 각각 등장해 기량을 선보였던 예선 과정에서 현장 평가단과 엔젤뮤지션은 그 의견이 자주 엇갈렸다. 엔젤뮤지션이 감탄하며 봤던 무대의 주인공들은 종종 현장 평가단이 내린 저조한 평가에 의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때마다 엔젤뮤지션들은 습관처럼 현장 평가단이 “빡빡하다”는 이야기를 꺼내 놨다.

제아무리 엔젤뮤지션들이 보컬파에서 주안점으로 봐야 하는 것과 싱어송라이터파 그리고 아이돌파에서 주목해야 하는 걸 알려줘도 그 결과가 현장 평가단과 갈리는 상황들은 이 오디편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든다. 그저 저마다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인기투표가 기준이 될수록 오디션의 정체성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0%대까지 떨어진 시청률에는 이러한 <청춘스타>의 불분명한 정체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왔다면 저 <싱어게인>의 ‘다시 부른다’는 키워드로 심사위원들이 분명한 목표점을 제시했던 것처럼, <청춘스타> 역시 그 키워드에 맞는 목표를 보여줘야 한다. 프로그램 말미에 결국 탄생할 어떤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미리 제시하고 그 기대감을 분명히 해주지 않는다면, 삼개 파로 나뉘어 치러지는 <청춘스타>는 무얼 위해 오디션을 치르고 있는가가 애매해질 수 있다. 심지어 참가자들이 만만찮은 실력과 매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실로 그 기획의 패인이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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