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부활의 아이콘 김소연, 그 가치를 알아준 ‘싱어게인2’

[엔터미디어=정덕현] 계속 패배했다. 그런데 그는 계속 부활했다. 아마도 ‘다시 부른다’는 기치를 내건 JTBC <싱어게인2>라는 색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실제 과정으로 보여준 출연자가 있을까 싶다. 패배해도 계속 노래해 결국 부활의 부활을 거쳐 톱6까지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패자 부활의 아이콘이 된 김소연과 그의 가치를 끝내 알아준 <싱어게인2>. 그의 과정을 따라가 보면 이 독보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취를 실감할 수 있다.

본선에 진출해 첫 미션으로 주어진 듀엣 대결에서 김소연이 함께 팀을 이룬 가수는 말하듯 노래하는 오열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마와 딸’ 팀으로 뭉친 양현경과 서기 팀에 패배했고 결국 둘 중 한 명이 탈락하는 상황에서 김소연은 추가합격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김소연에게는 이후의 대결들도 산 넘어 산이었다. 다음 미션으로 주어진 라이벌전에서는 역시 추가합격으로 올라온 ‘가정식 로커’ 윤성과 대결하게 됐던 것. 윤성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특유의 초고음으로 소화해 모두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런 엄청난 무대 뒤에서도 결코 떨지 않고 “제 할 거 하면 된다”며 김소연이 부른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였다. 담담하지만 모두를 몰입하게 만든 그 노래에 윤성의 노래를 불가마에 비유한 김이나 심사위원은 그 불가마에 물을 붓는 듯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냉정했다. 윤성이 승리하고 김소연은 또 다시 탈락후보가 된 것. 다행히 심사위원들은 그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추가합격으로 4라운드 톱10 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다. 4개 팀씩 조를 나눠 대결해 상위 2팀만 직행하는 본선 4라운드에서도 김소연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같은 조에 울랄라세션, 빨간마녀, 파란마녀로 불린 이나겸과 신유미가 대결상대로 들어 있어서였다.

쟁쟁한 상대 앞에서도 떨지 않는 김소연에게 규현 심사위원은 “이런 거에 흔들릴 분이 아니다”라며 신뢰를 보였고 역시 김소연은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모던록으로 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세 팀이 모두 올어게인을 받는 엄청난 결과 앞에서 결국 탈락 후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패자부활전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로 유명한 손디아의 ‘어른’을 불렀다. 모두가 강철 멘탈이라고 치켜 올렸지만 그 역시 부담감이 있었던 걸까. 노래 도중 그는 잠시 멈춘 채 노래를 잇지 못하다 다시 이어갔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갔지만 그의 감정적인 파고가 느껴졌다. 그 무대를 보던 윤성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김소연은 또다시 패자부활전을 통해 톱10에 진출했다.

이제 자신의 이름 김소연을 걸고 오른 톱6 결정전. 상대로 만난 신유미가 샌드 패블즈의 ‘나 어떡해’를 기막히게 편곡해 불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가운데, 김소연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역시 자기 걸 보여주겠다는 태도로 차분히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그의 색깔로 불렀다.

어찌 이토록 계속 되는 패배와 탈락 위기 그리고 부활을 반복하며 ‘강철 멘탈’일 수 있을까. 김소연은 톱10 결정이 된 후에 감정적으로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인 김소연에게 규현은 농담을 섞어 극찬을 해줬다. “계속 고난길을 걸어오셨다 보니까 아 이제 포기하고 싶은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은데 정말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못 보내드릴 것 같아요. 소연씨가 나이를 들어가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늙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죄송해요 못 보내드려요.”

더 감동적이었던 건, 시종일관 패자 부활을 통해 올라오면서도 차분히 제 노래를 한 김소연의 진심을 콕 집어 알아준 김이나 심사위원의 얘기였다. “멘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저는 혼자서 항상 의심을 하곤 했습니다. 소연님이 제가 기억하는 표정이 딱 두 개예요. 완전히 무표정 하나하고 약간 냉소적인 미소 하나. 겉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 평소에 굉장히 서투르다. 근데 노래를 하면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갭차이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밤에 혼자 내가 낮에 아까 하지 못했던 말, 아까 짓지 않은 표정 그걸 헤아리면서 혼자 힘들었던 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이 음악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 생각이 났어요. 안에 수천 겹의 꽃잎을 물고 있는 봉오리 있잖아요. 아직 안 핀 거. 만개를 안 해서 우리 눈에 쉽게 안 드러날 뿐 분명히 안에 수천 겹, 수만 겹의 무언가가 있다.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김소연은 그 말에 눈물을 흘렸다. 강철 멘탈이라고 불렸지만 사실은 표현에 서툴러서 그랬던 것이었고, 그 감정들이 오롯이 노래를 통해 표현되곤 했던 그였다는 걸 김이나가 알아준 거였다. “말씀하셨던 부분에 대해서 저도 잘 알거든요 그 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좀 힘든?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제 그 모습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거를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랐던 거 같아요... 근데 그걸 알아주셔서 감사해서 흘리는 눈물 같습니다.”

결국 김소연은 신유미와의 대결에서 5:3으로 아깝게 패배했다. 하지만 또 다시 5팀이 겨룬 패자부활전을 통해 부활해 톱6에 올랐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누구나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소연이 <싱어게인2>를 통해 걸어온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국 그가 노래를 통해 타인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누군가 제대로 알아주고 들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소연은 이미 얻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떨어져도 계속 노래 부를 수 있었던 김소연. 그는 그래서 <싱어게인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색다른 존재 가치를 드러내는 유명가수가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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