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2’가 드러낸 오디션 시스템의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여기서 두 팀만 올라가는 거예요? 전 톱10인 줄 알았어요.” JTBC <싱어게인2> 톱10 결정전에서 대결을 위해 한 무대에 오른 네 팀을 본 심사위원 규현은 MC 이승기에게 농담 섞인 불만을 털어놨다. 그 무대에는 22호 가수(울랄라세션)와 ‘마녀들’로 불린 31호 가수(신유미)와 34호 가수(이나겸) 게다가 독보적인 음색으로 떨지 않고 자기 무대를 펼쳐온 7호 가수(김소연)가 함께 올랐다.

한 마디로 죽음의 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대결. 그런 조가 짜인 건 한 마디로 복불복이었다. 이승기가 무작위로 뽑아 만들어진 조이기 때문이다. 조 편성이 되면서부터 경악의 탄성이 나왔던 상황. 이승기는 그저 룰에 따라 공을 뽑아 조를 편성한 것뿐이지만, ‘똥손’이라는 비판 아닌 비판을 받게 됐다.

물론 방송은 이런 ‘죽음의 조’ 탄생을 ‘꿀잼’으로 연출했고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었다. 누가 봐도 뻔한 결과가 보이는 대결구도라면 시청자들이 그만큼 몰입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누구 하나 떨어질 팀이 없는 이 조에서 ‘단 두 팀만이 톱10에 직행’한다는 룰이 이승기의 목소리로 전해졌다. 시작도 전에 이들이 펼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없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이승기는 이 상황을 인지해 재치 있는 진행으로 자칫 생겨날 수 있는 불편함을 지워내려 애썼다. 시작 전부터 이런 사태를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나섰고, 실제로 첫 무대에 22호 가수가 올 어게인을 받고 두 번째 무대에 오른 34호 가수도 올 어게인을 받으며 누구 한 팀 떨어뜨릴 팀이 없다는 걸 증명해내자 가수들이 부른 곡 제목을 빌어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 MC의 길이 가리워질 것 같아요.” 그리고 ‘이승기가 저승기가 됐다’는 자막도 등장했다. 31호 가수가 ‘그건 너’로 마지막 무대를 마쳤을 때 이승기는 “죽음의 조에서 죽는 건.. 그건 이승기 너”라고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실제로도 이들 네 팀의 무대는 저마다 완결성과 개성이 뚜렷해 우열을 가른다는 것이 무리한 일처럼 보였다. 22호 가수가 그들 특유의 화음과 댄스까지 더해진 흥겨운 무대로 ‘대체불가’라는 걸 증명해냈다면, 34호 가수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난 괜찮아’를 불러 강렬한 카리스마로 모두를 압도하는 독보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7호 가수가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모던 록 스타일로 불러 마치 크랜베리스 같은 독특한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했다면, 31호 가수는 ‘그건 너’를 자기 스타일대로 세련되게 해석한 무대를 선사했다.

무대는 모두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디션이라는 경쟁 시스템이 만들어낸 독보적인 무대라는 것도 부인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톱10을 결정해야 하는 오디션 시스템으로 인해 올 어게인을 받은 22호 가수, 31호 가수, 34호 가수가 최종 경합을 벌여 34호 가수가 탈락해 패자부활전을 치르게 된 상황은 오디션 시스템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유독 실력자들이 많이 등장한 이번 <싱어게인2>에서 심사 판정 논란 또한 많이 불거지게 되는 이유로 작용했다.

결국 모두가 반색할만한 최고의 무대를 끄집어내고, 우리가 몰랐던 무명가수들의 존재감을 드러내준 <싱어게인2>라는 오디션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조에서는 6어게인만 받아도 톱10에 올랐지만, 올 어게인을 받고도 34호 가수가 탈락하게 된 이번 상황을 보면 오디션 시스템이 사실상 어떤 조를 만나게 되느냐에 따른 복불복에 좌우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건 <싱어게인2>만의 상황이 아니라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톱10, 톱3 그리고 우승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관행적인 경쟁 시스템을 이제는 보완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왔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싱어게인2>처럼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무명’, ‘다시 부른다’ 같은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경합을 벌이는 경우에는 더더욱 단순한 투표로 당락을 결정짓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는 이들은 꿀잼일지 모르지만 무대에서 경합을 벌이는 가수들에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오디션 시스템이 현재 마련되고 있는지 한번쯤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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