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오디션 프로그램들 결국 성패는 여기에 달렸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이다. JTBC <싱어게인3>, MBN <오빠시대>, Mnet <초대형 노래방 서바이벌 VS(이하 VS)> 그리고 KBS <골든걸스>까지 내용이나 형식도 다양해졌다. 한때 <슈퍼스타K> 같은 대국민 오디션이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나, <프로듀스101> 같은 아이돌 오디션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때, 또 <미스터트롯> 같은 트로트 오디션이 큰 성공을 거뒀을 때 유사한 내용과 형식을 담은 오디션들이 나왔던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성공한 아이템으로 쏠리기보다는 색다름으로 승부하는 오디션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싱어게인3>는 어찌 보면 이러한 차별화를 가장 먼저 들고 나와 성공을 거뒀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시즌1에서부터 ‘다시 부른다’는 그 콘셉트 하나를 전면에 내세워, 기성과 무명이 함께 하고, 록에서부터 K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모두 끌어안는 방식으로 첫 시즌에 이무진, 이승윤, 정홍일 같은 스타를 배출했고, 시즌2에도 김기태, 윤성 같은 스타가 탄생했다. 시즌3 역시 첫 회부터 화려한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사랑할거야’를 자기 스타일대로 노래한 59호 가수, 깊은 허스키 보이스로 ‘부산에 가면’을 불러 모두를 감성에 젖게 만든 5호 가수,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을 자기 분위기로 재해석해 부른 56호 가수 등등 스타성이 돋보이는 가수들이 등장했다.
‘○호가수’로 불리며 정체를 가리지만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고,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무차별로 가슴을 울리는 가창력은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나왔지만, 이러한 ‘블라인드’ 장치를 활용하고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어 다시 부르고픈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놨다는 건 <싱어게인>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같은 장르적 다양성은 그간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일종의 쏠림현상을 보임으로써 시청자들이 식상해하는 현재를 반영한 것이다. <오빠시대> 역시 이 흐름 안에서 생겨난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트로트 일변도로 흘러오던 종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케이블에서 주로 해온 아이돌 오디션들 속에서, 이 프로그램은 7,80년대 음악들을 지금의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오디션을 선택했다.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조명하지 않았던 시대의 음악을 소환하고, ‘오빠’라는 키워드로 묶어낸 게 특징이다.
아쉬운 건 아직 뚜렷한 스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 우승후보로 여겨졌던 출연자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반전요소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의 극적 요소들이 생겨났지만, 스타 탄생이라는 오디션의 진짜 목표에서는 멀어지는 느낌이 있어서다.

<VS>는 노래방이라는 콘셉트를 차용한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방식은 프로듀서들이 초대형 노래방으로 꾸며진 넓은 공간에서 출연자들을 주욱 세워놓고 심사를 하는 <쇼 미 더 머니>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노래방처럼 선곡을 하고 합격과 불합격을 예약과 취소로 나눠 구성의 재미를 살렸다.
<VS>가 노래방 방식을 형식으로 가져온 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진입장벽을 낮춰놓고 그곳에서 스타가 탄생한다는 스토리의 묘미를 더하기 위해서지만, 여기에는 최근 음악 프로그램들이 마주하고 있는 저작권 비용 이슈 또한 들어가 있다. <싱어게인>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매 회 리메이크 곡을 선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은 노래방 음원을 활용한 면이 있다. 역시 아직 본격적인 오디션에 들어간 게 아니라 확연히 눈에 띠는 스타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 유튜브 등을 통해 유명해진 K-브루노마스 강윤석처럼 주목되는 인물의 무대가 기대되는 면이 있다.

한편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나서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를 한 자리로 모아 레전드 디바 걸 그룹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담는 <골든걸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이 네 명의 디바를 한 자리에 모아놓는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주목시켰고, 무엇보다 이들이 현 세대의 걸 그룹 음악을 그들만의 색깔로 부른다는 지점도 기대감을 높여 놓았다. 미션이 제시되는 오디션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박진영이 그리고 있는 네 명의 디바가 한꺼번에 쏟아내는 절창의 무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제 익숙한 오디션 프로그램들로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장르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모두 성공으로 귀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획일화된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만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이 다양해진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관건은 스타탄생이다. 어디서 어떤 스타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시청자들은 이제 다양한 선택지 안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MBN, Mnet,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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