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2’, 다시 부르는 30호가수 한동근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오디션 <싱어게인2> 2라운드에서도 한동근은 살아남았다. 팀 대항전으로 벌어진 2라운드에서 33호 가수 김기태와 ‘호형호제’라는 팀으로 무대에 오른 한동근은 윤도현의 ‘박하사탕’을 불렀다. 심사위원으로 있는 윤도현 앞에서 부르는 무대에 김기태는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떨린다”는 그를 한동근은 “멋있을 것 같다”며 용기를 줌으로써 도전할 수 있게 해줬다.

무대는 예상대로 압권이었다. 한동근이야 이미 여러 히트곡을 낼 정도로 자기 색깔이 분명한 가창력으로 알려진 가수였지만, 더 놀라운 건 김기태였다. 포효하는 듯한 거친 목소리는 한동근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사실상 이 듀엣 무대를 완성한 건 바로 김기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호형호제팀이 6대 2로 이겼지만, 이 대결에서 진 37호, 48호 가수 팀 빅 아이즈 역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브라운 아이즈의 ‘점점’을 부른 ‘보컬 타짜’ 37호 가수 박현규와 우리에게는 드라마 <연애의 발견> OST ‘묘해 너와’로 잘 알려진 48호 가수 안다은의 듀엣은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보컬리스트들의 매력이 엿보인 무대였다.

한동근, 김기태 팀에게 진 박현규, 안다은 중 박현규가 탈락의 위기에 놓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이해리 심사위원이 슈퍼어게인을 씀으로써 박현규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사실 유희열이 ‘보컬 타짜’라고 부를 정도로 극찬했던 박현규가 2라운드에서 바로 떨어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대결을 잘못 붙인 자신들의 탓으로 돌렸고 결국 슈퍼어게인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한동근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첫 무대에서부터 음주운전으로 인해 활동을 하지 못했던 그가 <싱어게인2>에 ‘나는 직업이 가수다’라는 자기소개를 하며 30호 가수로 나온 사실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다. 그래서 유희열 심사위원은 “직업은 결과로 얘기하는 자리”라며 “벌어질 냉혹한 현실은 본인이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2라운드에서 한동근은 자신이 가수라는 걸 ‘결과로’ 납득시켰을까. 물음표가 남는 결과였다. 한동근보다 김기태가 더 두드러진 무대였고, 그래서 어찌 보면 김기태라는 발군의 가창력을 보여준 가수와 팀을 이룬 덕분에 살아남은 것처럼 보여서다. 음주운전이라는 꼬리표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도 그렇지만, 어딘가 과거만 같지 않은 기량이 고개를 더욱 갸웃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싱어게인2>의 무대에서 시청자들이 한동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편함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다시 부른다’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색깔과 의미적으로는 맞는 출연일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다른 느낌의 출연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팀을 이뤘던 김기태가 연습생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 늦은 나이에 데뷔해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지냈던 가수라는 점은 ‘다시 부르는’ 무대로서의 <싱어게인2>가 왜 필요하고 가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의 물의를 빚은 가수가 ‘자신의 잘못’으로 사라진 무대를 <싱어게인>이라는 무대를 통해 되찾는 것이 과연 이 프로그램의 본질과 어울릴까. <싱어게인2>라는 기분 좋은 오디션에서 시청자들이 한동근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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