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전 탈락 6팀의 노래도 계속 듣고 싶다(‘싱어게인2’)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2>의 최종 톱10이 결정됐다. 독특한 색깔의 록커 로맨틱 펀치의 배인혁, 초절정 청량 고음을 가진 록그룹 아프리카의 여성보컬 윤성, 가슴을 긁는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 김기태, 최연소지만 만만찮은 옛 감성까지 가진 서기, 그룹 브로맨스 멤버인 보컬 타짜 박현규, 기프트의 미친 음색 보컬 이주혁, 발라드부터 퍼포먼스, 노래까지 모두 섭렵한 울랄라세션, 파란마녀 신유미의 8팀과,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온 빨간마녀 이나겸, 어떤 무대에도 결코 떨지 않았던 독보적 음색의 김소연 두 팀이 합쳐져 최종 톱10이 결정됐다.

이들은 저마다의 색깔과 개성이 뚜렷하고 또 실력도 만만찮은 가수들로 톱10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가수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패자부활전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한 6팀도 그저 패자가 되어 떨어지기에는 아까운 가수들인 건 마찬가지다. 밝은 에너지는 물론이고 정반대의 절절한 발라드 감성도 소화했던 신현희나, 기타로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한 매력을 선사했던 범승혁, 아이돌 같은 외모에 깔끔한 보이스를 가진 임준혁, 자기만의 음악 세계가 분명한 A.S.H, 소년미 가득한 록의 감성을 가진 4인조 인디록 밴드 1DB의 보컬 김동렬, 트렌디한 감성의 준. 누구 하나 패자가 되어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 가수들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최종 톱10에 오를 마지막 2팀을 결정하는 패자부활전은 완곡을 부르지 않는 무대로 다소 짧게 치러졌는데, 그렇게 넘기기 아까울 정도의 감흥을 전한 무대들이었다.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지만 짙은 감성으로 신현희가 부른 부활의 ‘소나기’는 그의 진심이 묻어났고, A.S.H가 부른 정엽의 ‘Nothing better’는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을 그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빗속의 여인’을 부른 범승혁은 노래 가사처럼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했고, 김동렬이 자기 스타일로 편곡해 부른 들국화의 ‘노래여 잠에서 깨라’ 역시 그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을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원래 패자부활전이 이래?” 심사위원들은 이것이 패자부활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희열 심사위원장은 두 명의 추가합격자를 뽑는 투표에 들어가기 전 패자부활전에 오른 여덟 팀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수준들이 너무 높아서요. 진짜 너무 다들 너무 잘 하셨습니다. 저희들끼리는 죄송하지만 패자부활전 여기 안 나오셨으면 어쩔 뻔 했나 우리 이 곡들 못 듣는 거 아냐 하면서 지금 여덟 분께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박수를 좀 보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톱10이 결정되고 이중 6팀이 최종 탈락됐다. 그리고 곧바로 톱6를 결정하기 위한 톱10의 1:1 대결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종 탈락한 6팀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한 잔상으로 남았다. 그저 승자들만 조명하기에는 실력이 아닌 취향 차이나 그날의 운에 의해 패자가 된 이들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

실제로 <싱어게인2>는 하나의 장르를 범주로 하는 오디션도 아니고 그래서 그 장르를 얼마나 잘 소화해내느냐 같은 분명한 승패의 기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8명의 심사위원이 그날 무대에 있어서 어떤 버튼을 누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것. 결국 음악에 대한 취향 차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초반이야 실력으로 분명한 우열이 나눠질 수 있다 해도, 후반으로 가면 그 실력 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가진 최종 우승자를 통한 집중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해진 취향에 맞는 패자들의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낼 필요가 있다. 순위와 상관없이 패자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이 프로그램 안팎으로 생긴다면 <싱어게인>은 애초 취지에 맞는 ‘무명가수’들의 실질적인 기회이자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승자들만이 아닌 패자들을 위한 시스템 마련 또한 필요해진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