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 가수를 통해 깨닫는 음악의 진면목(‘싱어게인2’)

[엔터미디어=정덕현] “노래하는 사람한테 교훈을 주는 무대였던 것 같아요. 노래라는 게 음이란 걸 이용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그 기본에 가장 충실하게 ‘옛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본인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잘 속삭여주셨다. 그런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이듭니다.”

JTBC 오디션 <싱어게인2>에서 유희열의 대타 심사위원으로 온 윤종신은 39호 가수가 부르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듣고는 그런 심사평을 남겼다. 윤종신의 말대로 39호 가수는 담담하게 기타를 치며 읊조리듯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노래를 불렀다. 대단한 가창력을 얘기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었다. 또 규현 심사위원이 말한 것처럼 그의 노래에는 그만의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가창력을 중심으로 보던 Mnet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이거나 혹은 지금에 먹힐 ‘트렌디’함을 보던 SBS <K팝스타> 같은 오디션이었다면 39호 가수는 일찌감치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게다. 하지만 <싱어게인2>에서 39호 가수의 그 노래는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끌었다. 규현의 말대로 그 습관들이 너무 좋게 들렸고, 윤종신의 말대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하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기타 선율이 내리는 눈처럼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고, 그 위에 39호 가수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발자국처럼 찍혔다. 유명한 전 세계의 포크 가수들의 무대가 떠올랐다. 노래 잘 하는 무대가 아니라, 그들이 하는 무대 자체가 그 삶을 통째로 가져옴으로써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무대. 그건 그저 가창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40년 세월이 주름처럼 묻어나 그 주름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가사 한 줄에 담아 전해주는 음악.

<싱어게인>은 ‘다시 부른다’는 기치 아래 다양한 가수들을 한 무대에 세웠고, 그래서 음악 또한 얼마나 다양할 수 있으며, 세상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뮤지션들이 많다는 걸 보여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2에는 유독 음악이 그저 귀호강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가슴과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출연자들이 적지 않다.

성대결절로 여전히 음정이 불안하지만 끝까지 부르는 모습으로 규현을 폭풍오열하게 만들었던 43호 가수 김현성이 그랬고, 자신을 ‘말하는 가수’라 지칭하고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듯 노래했던 53호 가수 오열이 그랬다. 이들은 모두 탈락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무대는 음악이 가진 특별한 감동을 전해줬다는 점에서 모두가 최고였다.

39호 가수와 대결을 벌인 팀 대항전에서 ‘엄마와 딸’ 케미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던 64호 가수가 들려주는 스무 살 나이에 과연 저런 감성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 차분함이 주는 음악적 감흥이 있었다면, 마치 제이슨 므라즈의 라이브를 듣는 것 같은 놀라운 그루브로 강산에의 ‘춤추는 나’를 자기 식으로 해석해 들려준 11호 가수가 주는 절로 흥겨워지는 리듬의 감흥이 있다.

또 11호 가수와 진검승부를 펼치며 이전 무대와는 달리 자기만의 색깔을 더해 김건모의 ‘스피드’를 새롭게 해석한 42호 가수는 거의 싱잉 랩에 가까운 R&B의 묘미를 들려줬고,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른 보컬 타짜 37호 가수는 같은 그룹 멤버가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에 출연해 힘겨워 한다는 이야기가 더해져 이 노래의 가사를 더 의미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싱어게인2>는 우리가 오디션을 통해 어쩌면 일부를 전부로 오인해왔던 음악의 진면목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가창력도 트렌디함도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빠져들고 가슴이 촉촉해지게 만드는 39호 가수 같은 존재들이 있어 <싱어게인2>라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음악의 진짜 세계를 펼쳐 보여주고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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