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가 착한 오디션쇼인 건 악마의 편집을 지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반가움과 놀라움. JTBC 오디션 <싱어게인> 시리즈를 볼 때마다 드는 감정이다. 시즌3은 초반부터 진리의 ‘단짠’ 조합이 터졌다. 예능 <슈가맨>의 정서를 담은 오디션쇼답게 다시 한 번의 도전, 바닥에서 정상으로 화려하게 부상하는 드라마틱한 재기의 서사와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반짝이는 재능이 어우러지며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3회 방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이란 가사로 시작하는 질풍가도의 가수 74호의 무대 영상은 방송된 후 일주일 만에 620만 조회수를 넘기며 화제를 견인했다. 질풍 같은 인기는 이른바 낙수효과처럼 큰 보폭의 계단식 시청률 상승 그래프로 이어졌다. 3%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3회 만에 7%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6호, 16호, 46호, 66호, 68호 등등등 젊은 재능들의 놀라운 무대들이 큰 반향을 만들어내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가 조사하는 TV-OTT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 1위, TV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1위(11월 14일 기준)를 차지했다.

야인으로 유명한 임재범이 심사위원단 합류한 것도 그렇고 이번 시즌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했다. 착한 오디션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대박이 난 시즌1과 아웃풋과 화제성이란 성과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시즌2의 성적표를 양손에 쥔 채 만든 분수령이 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4회까지 진행된 시즌3는 논란을 겪었던 이승기가 그대로 MC를 맡은 바가 상징하듯 구성, 정서적 접근, 스토리텔링 방식 모든 측면에서 변화보단 ‘착한’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싱어게인> 시리즈가 다른 음악 오디션쇼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슈가맨조, O.S.T조, 홀로서기조 등 추억을 소환하는 가수들에게 갖는 뜻밖의 반가움과 함께 심사위원단이 음악성과 스타성을 인증한 원석들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각기 걸어온 길과 쌓아온 시간들이 다른 만큼, 참가자의 이름을 지우고 오로지 무대로 보여주는 장치들에 공을 들인다. 감동을 사연이 아니라 무대로 만들고, 간절함과 절실함을 과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대기실 분위기도 무척 밝다. 출연자들도 경쟁과 갈등을 의식하기보다 16호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에게 했던 조언처럼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기회로 삼는 분위기가 여타 오디션쇼의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공기를 만든다.

시즌3은 이전 시즌의 이런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초반부터 함께 응원하고 의지하는 특유의 무드로 시청자들을 <싱어게인>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리고 이런 특유의 반가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시청 가이드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단이다. <싱어게인>에는 여타 서바이벌쇼처럼 저 위에서 시청자와 출연자를 내려다보는 결정권자의 태도와 시선의 심사가 없다. 같은 뮤지션 동료로서 존중하면서 평가하기보단 즐기고, 지적하기보다 좋은 점과 개성을 주목한다.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임재범은 카리스마나 기행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듣고, 참 잘했어요’ ‘숨이 막힌다’ ‘콘서트를 본 것 같다’ 등 참가자들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평으로 무언가 도움을 주고픈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바위 위에 핀 꽃 같다’라는 등등 음악성, 받은 감상을 달변으로 표현하는 김이나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백지영과 함께 심사평으로 시청자의 감정선을 리드한다. 규현, 선미, 이해리 등 주니어 심사위원들 또한 리액션으로 감동을 증폭시키고, 때때로 무대가 좋은 이유를 화성, 무대 연출, 가창 테크닉, 듣는 능력 등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설명도 적절히 곁들이면서 감동의 근거들을 제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심사평은 가수이자 제작자인 윤종신의 말이다. 아직 원석에 가까운 참가자들에게 코치를 너무 많이 받지 말라는 다소 색다른 조언을 반복, 강조한다. K팝 시장이 글로벌화되고, 트렌드가 굉장히 발 빠르고 정교하게 연구되다보니 개성보다 성공 공식에 기대거나 트렌드에 휩쓸리기 쉽다. 이런 어린 아티스트들에게 ‘생긴 대로’ 부르길 바란다는 조언은 단순히 노래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나다움’에 대한 용기와 위안, 자각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미로도 다가온다.

<싱어게인> 시리즈가 착한 오디션쇼인 이유가 악마의 편집을 지양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이런 메시지를 품고 기회를 건네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무대 위의 재능을 전폭적으로 서포트한다. 문제는 반가움과 설렘이 있던 1라운드가 끝나고, 본격적인 서사를 쌓아가는 2라운드부터 호기심(혹은 화제성)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다. 같은 서사 구성과 대결 방식으로 3번째 진행하다보니 착한 코드를 연주하는 심사위원단의 역할과 반응이 다소 익숙하고 일상적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추억 소환의 반가움, 놀라운 발견 등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제성면에서 폭발력이 있지만 오디션쇼의 세계관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기 첫 번째 충격(반가움)을 뛰어넘는 그 다음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심사위원단(제작진)이 이끌어가는 서사와 감정선을 넘어서서, 1라운드에서 지목받은, 혹은 제작진이 주목한 유력 후보들을 넘어설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 꽂히는 뜻밖의 무대, 인물, 상황이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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