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 하우스’, 왜 청춘상담 프로젝트에서 사적 심리상담만 집중했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신년특집 10부작. 대한민국 청춘상담 프로젝트. ‘어른이들’의 특별한 비밀상담소. 2022년 현재 MZ세대가 가진 고민 10가지에 대해서 매주 같은 고민을 가진 어른이들을 초대해서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게 하는 것이 저희 <써클 하우스>의 목적입니다.”
SBS <써클 하우스>에서 메인MC로 나선 이승기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최근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심리 상담으로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은영 박사가 중심을 잡아주고, 여기에 이승기, 한가인, 노홍철, 리정이 자리했다. 그리고 <써클 하우스>의 목적에 맞춰 요즘 청춘들이 가진 고민들을 ‘뇌구조’ 방식으로 키워드를 소개했다.
거기에는 ‘젊은 꼰대’도 있었고 ‘5포세대’도 있었으며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단어들도 있었다. 그리고 오은영 박사는 이날 첫 번째 시간의 주제가 ‘외롭긴 싫은데 피곤한 건 더 싫은 요즘 연애’라고 밝혔다. <써클 하우스>의 목적이 현재의 청춘들의 고민을 다루는 것이고, 키워드에 5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의 포기)가 들어 있어 당연히 이 주제가 담은 ‘연애’의 이야기는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줬다.

그렇다면 실제로 <써클 하우스>는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켰을까. 안타깝게도 첫 회만을 놓고 보면 그 공감대는 적었다. 그건 근본적으로 사회적 상황이 야기하는 ‘연애’의 문제보다는 지극히 사적인 상황들을 담은 ‘연애’ 문제에 대한 심리 상담에 그친 면이 컸기 때문이다.
탈북보다 연애가 더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출연자는 자신이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끌려 다녀 ‘을의 연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명품 같은 선물들도 자주 해줬지만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상대를 만나기도 했고, 심지어는 헤어지는 순간에도 미리 사둔 명품 선물을 주기도 했다는 이 출연자에게 오은영 박사는 충분한 신뢰가 쌓이기 전에 선물부터 사주곤 하는 건 상대방이 자신과 사귀는 게 아니라 물건과 사귀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라며 늘 ‘내가 주체’인 걸 분명히 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자기만의 규칙을 정하고 조금씩 바꿔나가야 된다고도 했다.
사적인 심리상담으로서 출연자가 가진 고민이나 거기에 대한 오은영 박사의 조언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 이야기고, 또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이 사례가 이 프로그램이 내세운 ‘대한민국 청춘상담 프로젝트’라는 기치와 어울리는지는 의문이었다. 5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청춘들에게 있어 어렵게 된 연애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사회 현실과 연관된 사례를 가져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문제는 이날 출연자들의 고민 대부분에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연애 말고 썸만 타고 싶다’는 립제이의 고민 상담은 일과 사랑에 있어 모두 열정적이어서 오히려 연애가 힘들어 생긴 문제라는 걸 오은영 박사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확인해주는 시간이었다. 또 오은영 박사는 직업이 검사라 늘 의심병을 갖고 있어 상대를 의심하게 된다는 출연자의 문제가 일과 사적인 삶을 분리하지 못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알려줬고, 비연애주의를 선언한 출연자와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모태솔로 출연자의 문제 역시 과거 그들이 겪었던 가정과 학교에서의 상처 대문이었다는 걸 찾아냈다.
즉 저마다 갖고 있는 심리적 요인들 때문에 연애를 제대로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등장했지만, 그것에 굳이 ‘청춘상담 프로젝트’라는 제목을 붙일 만큼의 사회적 현실이 더해진 공감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적인 고민 상담을 해주는 건 오은영 박사가 어디서든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방송, 특히 ‘청춘상담’ 같은 좀 더 공적인 요소들을 요구하는 방송이라면 이보다는 훨씬 더 사회현실에 맞춰진 출연자들과 고민상담이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10회로 마련된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빛을 보고,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