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vs 오은영, 전문가 예능 최고는 누구인가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백종원의 새 예능 tvN <백패커>가 첫선을 보였다. 쉽지 않은 출장 요리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내용을 선보이며 자기소개를 가졌다.

<백패커>는 백종원의 방송 행보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백종원은 예능에 푸드 또는 요리 전성시대가 오게 만든 게임체인저였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전문가 예능을 통틀어도 가장 독보적인 존재로 장기 집권해왔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의 다양한 채널에 본인의 이름을 단 프로그램을 동시 편성시키며 방송가를 지배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푸드 예능의 퇴조와 맞물려 점차 TV로 만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지상파 KBS의 <백종원 클라쓰>를 제외하면 <백종원의 사계>(티빙), <백스피릿>(넷플릭스) 등 OTT에서 주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백종원의 시대가 저물었다 단정 짓기는 어렵다. 푸드 예능의 트렌드가 지나가 버린 것은 틀림없지만 당대를 제패했던 탁월한 개인기는 흐름을 거스르면서 백종원표 예능의 재활성화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패커>의 결과가 궁금하다.

백종원이 전문가 예능의 왕좌를 지키는 동안 강형욱(반려동물), 설민석(역사), 표창원, 권일용(범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능에서 함께 빛을 발했다. 하지만 백종원처럼 자신이 메인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적었고 백종원을 넘어서기에는 모자랐다.

전문가 예능은 전문 지식을 통한 재미 제공이 기본이고 이에 문제 해결까지 더해져야 프로그램 호소력이 강해지는데 역사나 범죄 분야는 솔루션적인 요소가 적었다. 그나마 강형욱이 전문 지식과 문제 해결을 함께 제공하면서 전문가 예능에서 백종원의 뒤를 잇는 위상을 갖게 됐다. 그리고 푸드 트렌드 퇴조 시점에 정신건강의학과 박사 오은영이 급부상했다.

사실 오은영이 방송을 시작한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2000년대부터 아동 심리 상담으로 방송에 꾸준히 출연해오다 최근 들어 자신의 예능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런칭하는 전문가로 위상이 급등했다.

채널 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그리고 최근 종영한 SBS <써클 하우스>와 TV조선 <미친. 사랑. X>까지 지상파와 종편에 걸쳐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은영 박사는 긍정적인 변화가 수반되는 정확한 진단과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방송에 적합하게 전달력도 탁월하고 대상을 개선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공감 능력도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데 힘을 보탠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처음 자녀 심리와 훈육에 집중됐던 프로그램 테마가 연예인, 젊은 세대, 부부 갈등 등 다각화되고 있다. 광고까지 겹치기 출연하는 모습은 백종원이 전문가 예능 최정상에 오르던 순간과 상당히 비슷하다. 현재 전문가 예능의 패권은 오은영에게 넘어간 듯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 예능 지배자의 교체는 개인의 능력차가 아니라 유행의 변화가 주원인이다. 본능인 욕구에 해당하는 푸드에서, 자아와 관련되는 심리로 예능적 관심사가 전환되는 과정은 인간의 발달 단계상 좀 더 고차원적인 차원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라 자연스러워 보인다.

입의 즐거움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던 상황에서, 식욕 충족은 상수가 되고 이젠 내면의 이해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의식주 해결이 삶의 전부이던 시절에는 만나기를 기피했던 정신과 의사를 이제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연스럽게 찾고 도움 받는 시대가 되기도 했다.

성격 유형을 검사하는 심리 테스트 MBTI가 MZ세대들에게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현상을 봐도 내면의 이해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듯하다. 경제적으로 고성장의 끝에서 침체에 접어들면서 이전에는 희망으로 활기찼던 사회가 생존에 급급해지고 이로 인해 내면 보호를 중시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시대 여건을 보면 오은영 박사가 전문가 예능의 패왕 세대교체를 이룰 듯하다. 하지만 최근 절대 권력이 약화됐다고는 해도 전문가 예능을 통틀어 ‘고트(GOAT)’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백종원의 탁월한 능력 때문에 결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전문가 예능 패권 쟁탈전은 흥미진진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채널A, tvN,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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