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 부부에 오은영 박사가 내린 유쾌한 처방전(‘오은영 리포트’)

[엔터미디어=정덕현] 솔직하고 대담했다. 아예 19금을 걸고 나온 MBC <오은영 리포트>는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과감한 이야기들을 피하지 않고 꺼내 놨다. 이날 상담의 주인공은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민기와 그의 아내로 프로방송인인 정선영이었다. 이들은 자기소개부터 ‘소성욕자 연대 대표’라거나, 그 소성욕자의 아내로 매일 매일 ‘메말라가고 있는’ 같은 표현으로 그 솔직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자신들을 섹스리스 부부로 대놓고 말하면서도, 성생활 횟수는 중요한 게 아니라며 질이 더 중요하다는 전민기와 성생활 자체가 삶의 활력소를 주고 더 친밀한 부부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정선영. 부부가 갖고 있는 성생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차와 관점이 팽팽히 부딪친 점은 이날 이야기를 훨씬 흥미롭게 만든 요인이 됐다.

신혼여행에서의 잠자리 이야기나, 몇 회가 적정한가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자위에 대한 이야기까지 과감하고 솔직한 성생활에 대한 진술들이 구체적으로 나왔지만, <오은영 리포트>의 접근법이 괜찮다고 여겨진 건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진 점이었다. 무언가 숨어서 이야기하는 듯한 음습함(?)이 아니라, 대놓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다 꺼내놓는 대담함이 오히려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용기를 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민기, 정선영 부부의 재치도 한 몫을 했다. ‘정전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는 늘 꺼져 있다고 말하는 정선영과 완전히 꺼진 게 아니라 ‘센서등’이라고 말하는 전민기의 표현이 그렇고, 이에 맞서 정선영이 “3초면 꺼지는 거 아시죠?”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성인이고 그래서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리 어색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성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원인이나, 생활 패턴이 달라 성생활을 할 기회 자체가 없는 상황, 아이와 같이 잠을 자서 생기는 기회의 부족, 서로 다른 횟수에 대한 생각, 자위를 하는가 또 얼마나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등등. 아주 구체적인 설문 내용들에 먼저 체크를 하면서 나누게 되는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내용을 보던 하하가 부부 간에 이런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놀라워하며 “되게 건강하다고 느꼈다”고 말한 부분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날 <오은영 리포트>가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하려던 메시지 역시 바로 이런 ‘소통’에 있었다. 몸과 마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서로의 성에 대한 생각이나 기질이 달라 잘 맞지 않게 되면 이로써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건 부부 간에 솔직하게 구체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서로 맞춰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이처럼 과감하게 내놓은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자극적인 토크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부간의 이야기라는 걸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작부터 “부부의 성생활이란 성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광범위한 소통, 관계, 정서적 교감 등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 전민기와 정선영 부부가 솔직하게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도 “부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오은영 리포트>는 부부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보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네 쌍의 부부를 인터뷰하는 과정도 담아냈다. 결혼 1년차부터 14년차, 16년차 그리고 50년차 부부를 인터뷰해 솔직한 성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답을 하게 한 것. 서로 생각이 다르거나 소통이 안된 부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중요한 건 이런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출연 부부들은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지상파에서 이례적으로 19금을 걸고 과감한 부부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오은영 리포트>는 그래서 과감하고 솔직한 멘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런 표피적인 이야기들보다 중요한 것이 그 성생활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오은영 박사의 이야기다.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소통이고 관계이며 정서적인 교감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오은영 리포트>가 마련해준 부부들의 솔직한 성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충분히 유쾌했고 유익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