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오케이!’, 시청자들이 오은영 박사에게 원하는 건 경청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예능 <오케이? 오케이!>는 지금까지 오은영 박사가 해왔던 방송 프로그램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물론 그의 전문영역인 심리상담과 솔루션은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상담을 하는 곳이 스튜디오가 아니라 전통시장이나 종합병원 같은 다양한 실제 현장이라는 점이 다르고,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도 그 공간이어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 다르다.
일종의 ‘출장 상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차이는 오은영 박사의 역할을 상담자 이상으로 확장시키는 면이 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처럼 ‘준비된’ 상담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면이 있지만, 곳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들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여기서 오은영 박사의 역할은 상담이나 솔루션을 주는 것도 있지만, 때론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의 한 마디나 포옹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첫 회에 만났던 전통시장 아이유라 불리는 구효정씨가 아픈 어머니를 도와 일찍이 시장 일을 했고,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들 생계 때문에 때를 놓치신 것 같아 자책하는 모습에 오은영 박사는 그 시장이 엄마에게 단지 자식들을 위한 생계의 공간이 아니라 자부심이자 삶 자체라고 말해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로의 솔루션보다 더 큰 위로는 구효정씨가 하는 말을 들어주면서 같이 눈물을 흘려주는 모습 그 자체였다.
2회에 찾아간 종합병원에서 골육종 수술로 아직 걷지 못해 친구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게 될 게 두렵다는 열아홉 살 소녀를 위로해준 것도 굉장한 솔루션이라기보다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공감해준 부분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일단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냉철히 말한 후 이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그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상실을 경험하면 우울해진다며, 건강을 상실한 상태에서 친구마저 상실할까봐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해줬고, 그 말은 이 소녀의 마음을 울렸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오케이? 오케이!>는 오은영 박사가 주는 솔루션 자체보다는 오은영 박사가 저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로이자 솔루션이 되는 면이 있다. 종합병원에서 만난 대장항문외과 한윤대 교수가 그 사례다. 수술을 성공해 더 나은 삶을 조금이라도 더 갖게 되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수술이 실패해 남은 생 자체를 병원에서 가족과 대화조차 못하는 상태로 보내는 분들도 있다는 그는 자신이 하는 어떤 선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결국 그에게 오은영 박사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 따로 있고 모든 건 결국 환자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솔루션을 내놨다.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이고 한윤대 교수 또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례의 실제 솔루션은 한윤대 교수가 이런 자리에 나와 오은영 박사에게 고민을 털어 놓은 그 자체에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걸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오케이? 오케이!>가 오은영 박사를 좀 더 대중들 가까이 다가가게 만드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이면서 방송인으로서 주가를 올리는 이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요식업계에 등장해 침체된 골목 상권을 살리는 역할까지 했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그렇고, ‘개통령’이라고 불리며 고민견을 가진 보호자들을 찾아가 ‘행복한 반려’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강형욱이 그렇다. 오은영 박사도 이제 자신이 가진 심리 상담이라는 전문영역을 갖고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의 사람들을 찾아가 어떤 솔루션을 주려 시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케이? 오케이!>는 오은영 박사가 저 백종원과 강형욱이 갔던 그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가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 <오케이? 오케이!>까지 하게 되면서 너무 다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그래서 상담보다는 방송에 더 가까워져 신뢰도도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오은영 박사는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가 심리 상담이라는 교양의 영역에서 이제 보다 폭넓은 대중들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꼭 예능적인 것까지 소화하려는 것일 필요는 없다.

<오케이? 오케이!>의 솔루션 그 자체가 그가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약하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이 프로그램은 솔루션만큼 사연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에 더 포인트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고민을 경청해주는 건 그 자체로 솔루션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케이? 오케이!>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방송이 2회째가 되면서 지나치게 예능적인 강박을 갖는 듯한 느낌은 그리 좋은 선택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사연자들이 있을 법한 종합병원을 방문해서 겨우 세 명의 사연을 전하고 갑자기 다음 회 예고를 위한 김호중이 후반부에 상당한 분량으로 등장하는 건 어딘가 균형이 깨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다음 회 예고를 보면 이제 오은영 박사가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을 찾아가는 콘셉트에 맞춰 반짝이 의상을 입고 노래까지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건 물론 그들과 어우러지려는 노력일 수 있지만 과연 이건 괜찮은 선택일까.

<오케이? 오케이!>는 보다 다양한 전국 각지의 서민들이 가진 고민들을 찾아내고 듣는 쪽에 포인트가 맞춰져야 한다. 또 지나치게 시청률을 의식해 캐스팅과 예능적 요소에 집착하다보면 본질을 잃을 수 있다. 초심대로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주는 것. 이 역할에 집중될 수 있게 해줘야 프로그램도 또 오은영 박사도 상생할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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