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의 상담인가, 자극적인 관찰카메라인가(‘오은영 리포트’)

[엔터미디어=정덕현] 오은영 박사는 어느덧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주는 ‘국민 멘토’가 됐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육아 상담으로 주목받고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로 그 상담의 영역을 연예인들의 고충으로 확장시킨 오은영 박사는 SBS <써클하우스>로 청년들의 고충을 상담하더니 이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으로 위기의 부부들에게 솔루션을 주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은영 리포트> 첫 회에는 배윤정, 서경환 부부가 출연해 아이를 낳고 가사와 육아 때문에 소원해진 부부의 문제를 오은영 박사 특유의 따뜻한 조언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아내를 돕겠다고 재택근무를 선택한 서경환은 아내와 대화하면 “우울해진다”는 말로 배윤정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오은영 박사는 서경환이 어려서 해외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한국말 표현에 익숙하지 않을 거라는 의외의 문제를 짚어냈고, 그래서 자주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소통이 안돼 갈등이 커졌다는 걸 찾아냈다. 또 일을 집에서까지 가져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재택근무를 당장 그만하라는 솔루션도 내놨다.

<오은영 리포트>의 첫 회는 관찰카메라를 통해 부부의 사적인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갈등의 원인을 찾아내며 여기에 대해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이 이어지는 방식을 통해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상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면을 부각했다. 사실 관찰카메라를 통한 부부 갈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은 가족 간의 문제에 대한 ‘심리 상담’을 소재로 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에서 많이 했던 방식이다. 관찰카메라는 결국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일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이런 프로그램에서 용인되는 건 ‘상담’과 ‘솔루션’에 목적이 맞춰져 있어서다.

그런데 <오은영 리포트>의 첫 회가 끝나고 김승현의 부모 김언중, 백옥자 부부가 등장한 2회 예고는 이런 1회의 안도감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무엇 때문에 갈등하는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카메라가 이들을 찍고 있는 와중에도 쏟아내는 욕설과 폭력이 이어졌다. ‘병X’, ‘씨X’ 같은 욕이 난무했고 백옥자가 김언중을 핸드백으로 가격하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제작진이 급히 만류하는 모습이 나오긴 했지만 이 짧지만 충격적인 장면은 다음 회 예고편으로 가감 없이 전파를 탔다.

다시금 <오은영 리포트>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는 예고편이다. 제목에 담겨진 것처럼 오은영 박사의 상담과 솔루션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생활에서 벌어지는 치고받는 갈등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관찰카메라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결국 예고가 다음 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주는 것이라면 <오은영 리포트>가 담은 예고는 분명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상상 이상의 자극적인 장면으로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누군가의 갈등은 ‘강 건너 불구경’이나 ‘싸움 구경’처럼 가감 없이 전시되고 이런 관전 포인트들은 여지없이 기사화되어 확산된다. 그런데 연예인처럼 방송이 익숙한 이들이 출연하는 이런 부류의 관찰카메라들은 치열한 갈등 끝에 화해라는 처방전을 들고 이 자극을 소비한다. 결국 <오은영 리포트>의 예고편에 등장했던 김언중, 백옥자 부부의 갈등은 화해로 끝을 맺을 것이다.

여기서 오은영 박사의 역할에 대한 애매한 딜레마가 생겨난다. 그는 ‘국민 멘토’ 답게 위기의 부부들에게 나름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방송은 그 화해를 대가로 자극적인 관찰카메라의 사생활 노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프로그램은 오은영 박사의 상담과 솔루션에 맞춰져 있는 걸까, 아니면 그 솔루션을 처방전으로 담보로 하는 자극적인 관찰카메라에 맞춰져 있는 걸까. 막말과 폭력까지 예고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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