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국제부부’, 이것이 진짜 관찰카메라의 효용가치
자극적인 TV조선과는 다른 종편의 또 다른 관찰카메라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관찰카메라는 이제 예능의 한 트렌드로 자리했다. 그래서 어디서든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방영된다.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관찰카메라는 정서적 진입장벽이 있었지만, 일단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갈수록 자극을 찾기 시작했고, 때론 재미에 몰두하다 조작 방송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TV조선이 한 때 이끌었던 ‘아내의 맛’에서부터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이어진 자극적인 관찰카메라들은 그래서 조작 방송에 무너지고 자극에 비판받으며 종영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으로 치닫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정반대로 가는 관찰카메라도 있어 주목을 끈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와 MBN ‘한국에 반하다-국제부부(이하 국제부부)’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일상을 찍어온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들여다보며 토크를 나누는 전형적인 관찰카메라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TV조선표 관찰카메라와는 결이 다르다. 어찌 보면 진짜 관찰카메라의 효용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랄까.

‘금쪽같은 내 새끼’는 오은영 박사의 육아 솔루션이 빛을 발하는 관찰카메라다. 어떤 문제 행동이나 장애를 보이는 일명 금쪽이들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들여다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스튜디오로 모신 부모님들에게 전하는 프로그램. 집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학교만 가면 입을 꾹 닫아버리는 금쪽이가 가진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 오은영 박사는 이른바 ‘매직 대화법’이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피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며, 표현연습을 위해 글이 아닌 말로 매일 일기를 쓰고 거기에 선생님의 답변을 들려주게 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좋은 관찰카메라의 효용가치를 드러내는 건, 객관적인 시선을 가능하게 해주는 관찰카메라가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만들어줘 해결의 실마리를 주는 대목이다. 흔히 관찰카메라에 잡힌 영상들 속에는 부모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대목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조차 프로그램은 자극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오은영 박사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현실 육아’를 이해한다며 부모들을 감싸주는 모습을 취한다. 관찰카메라가 온전히 부모와 아이가 가진 고민을 진지하게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어 시청자들은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국제부부’는 관찰카메라를 통해 이문화 간의 이해와 소통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제결혼을 해 국내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자신들의 일상을 찍은 관찰카메라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발견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첫 회에 출연했던 프랑스의 메간과 민구씨 커플 이야기는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문화적 차이가 국제부부에게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줬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남녀가 친구로 자라나는 게 익숙해 기혼자가 이성친구를 말 그대로 친구로서 만나는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바로 이 지점을 관찰카메라로 포착해낸 면은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어 국제적인 소통이 필요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문화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2회에 등장한 종갓집 맏며느리 알리오나가 제사 때문에 시댁에 가서 겪는 ‘시월드’의 이야기가 의외로 친정 같은 시댁 식구들의 면면을 보여주고, 터키 며느리 니다와 시아버지의 데이트 역시 딸처럼 며느리를 생각하는 시아버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대목은 먹먹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문화의 다름이 소통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관찰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만들어내는 감동이다. 3회에서 다룬 한국에서의 육아와 외국의 육아가 달라 만들어지는 갈등 요소 역시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현실적인 국제결혼 부부의 소통과정을 담지만, 이를 통한 글로벌 시대에 타 문화에 대한 우리의 다른 시선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관찰카메라는 이미 예능의 대세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향후에는 더 내밀한 사생활 속으로 카메라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자극적인 지점이 과연 관찰카메라가 가진 진정한 효용가치인가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금쪽같은 내 새끼’나 ‘국제부부’ 같은 보다 가치 있는 활용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MB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