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진심인 백종원이 OTT에서 보여주는 색다른 맛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1년 전만 해도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에서 백종원은 섭외 1순위였다. 하지만 최근 백종원은 KBS <백종원 클라쓰>를 빼고는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통틀어 일종의 휴식기에 들어갔다. 최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20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건 그래서 백종원의 달라진 현 상황을 상징하는 일처럼 보였다.

<맛남의 광장>이 먼저 폐지됐고, MBC <백파더>도 생방송이라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생각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JTBC와 함께 만든 <양식의 양식>이나 <백종원의 국민음식>은 음식의 인문학적인 시도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를 가진 시도였지만 시청률은 소소했다. 무엇보다 백종원이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함으로써 소비가 빨라진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결국 <백종원의 골목식당> 종영과 더불어 백종원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고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상파에서 강조되던 공영성 혹은 공익성은 백종원을 골목 상권을 살리는 대안처럼 급부상시켰던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부담스러운 위상을 내려놓고 그저 ‘음식에 진심인’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으로서 재미있고 정보적으로 유익한 방송을 하는 것이 훨씬 이 독보적인 음식 관련 방송의 아이콘을 좀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최근 OTT에서 보이는 백종원의 모습은 향후 그의 행보에 참고할만한 의미로 다가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tvN 박희연 CP와 함께 만든 <백스피릿>은 단적이다.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같은 기성 플랫폼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술을 소재로 가져온 이 프로그램은 백종원이 전국의 술집을 찾아 유명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을 담았다. 백종원이 더해주는 술에 대한 정보들과, 술집 특유의 불콰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담소가 주를 이루면서, 박희연 CP 특유의 예술적이라고 해도 될 법한 연출로 보여주는 음식과 술에 대한 영상이 기막힌 조화를 만든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은 물론 <백스피릿>에서도 외국 술이 아닌 ‘우리 술 소비’를 권장하는 등의 좋은 음주문화에 대한 공익적인 접근을 빼놓지 않았지만, 그래도 OTT여서 가능한 훨씬 자유로운 방송이 주는 재미를 선사했다. 박재범, 로꼬와 함께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서민들의 술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지민을 부산에서 만나 지역주를 그 곳의 현지 음식과 어울려 마시는 장면들, 또 나영석 PD와 막걸리 술도가를 찾아가 전에 막걸리를 나누는 모습이 특유의 훈훈한 분위기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KBS에서 기획해 만들어졌지만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된 <삼겹살 랩소디>, <냉면 랩소디>, <한우 랩소디>로 이어지는 랩소디 시리즈는, 음식에 진심인 백종원의 면면이 잘 투영된 프로그램이었다. 음식을 소재로 하지만, 그 음식이 말해주는 한국인들의 문화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이었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로 이제 겨울편을 앞두고 있는 <백종원의 사계>는 JTBC와 함께 한 프로그램이지만, OTT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먹방, 쿡방 프로그램이다. 현지 제철 음식을 가져와 즉석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하고 술을 곁들여 먹방을 하면서 제작진과 방송적인 밀당의 재미까지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많은 요소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백종원의 독보적인 방송 능력이 집약된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많은 방송 소비로 인해 이제는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백종원은 음식 소재 프로그램에 있어서 독보적인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먹방, 쿡방은 물론이고 인문학을 더한 음식 정보를 전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이만한 방송인을 찾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골목 상권의 사부님’ 같은 너무 거창하고 너무 공익적인 의미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방송 자체의 재미와 의미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찾는 일이다. OTT 방송에서 보여준 백종원의 모습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만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KBS,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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