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정작 자기 관리는 하나도 안 된 오너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최근 몇 년 간 연예인 기획사들을 휘청하게 만든 건 소속 연예인들의 ‘인성 리스크’다. YG 엔터테인먼트는 대표적이다. 끝없이 논란들이 터져 나오더니 급기야 ‘버닝썬 게이트’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인성 리스크’는 양현석 전 대표의 ‘오너 리스크’로도 이어졌다. 2020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재판 끝에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양현석 전 대표는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고발한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블랙핑크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주가를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오너리스크의 여파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최근 벌어진 후크엔터테인먼트 사태에서도 어른거리는 건 바로 이 오너리스크다. 애초 이승기 음원 정산 0원 폭로로 시작된 이 분쟁은 이제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의 오너리스크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권진영 대표와 경영진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마구 썼던 의혹이 제기되면서 횡령과 배임 혐의가 불거졌고, 또 이승기가 후크에 ‘투자 명목’으로 준 47억 2500만원을 ‘단기차입금’으로 처리해 원금과 이자만 돌려준 사안에서도 소속 연예인을 이용한 ‘꼼수’가 드러났다. 이승기는 물론이고 윤여정, 이서진 등 ‘인성 갑’인 연예인들이 소속된 후크엔터테인먼트에 어울리지 않는 오너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회사까지 휘청하는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됐다.

현재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 박수홍과 그의 친형 사이에 벌어진 소송은, 소속사 대표의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내는 오너리스크가 심지어 가족 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박수홍 측은 지난해 4월 친형 부부가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출연료를 개인 생활비 등으로 무단 사용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횡령한 금액이 11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지난 9월 이들을 구속했고 대질조사까지 벌였다. 그 과정에서 박수홍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으로 박수홍이 충격에 실신하고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도 벌어졌다. 박수홍은 현재 1인 기획사 다홍이랑엔터테인먼트를 세워 활동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의 인성 리스크는, 도박, 음주운전, 학교폭력, 성폭력, 마약 등등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발생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멀쩡하게 잘 나가던 해당 연예인은 물론이고 소속사도 휘청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오너 리스크’로 인해 연예인들에게 ‘자기 관리’를 그토록 강조하는 오너들이 정작 자기 관리는 하나도 안되어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 문제가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건 그간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침묵해왔던 소속 연예인들이 이제는 그러한 ‘갑질 횡포’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 생기는 문제다. 보이그룹 오메가엑스가 최근 소속사 대표로부터 폭언 폭행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사례나, 걸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 츄가 퇴출당하는 과정에서 소속사가 츄의 ‘갑질 폭로’를 했지만 그것이 자금난에 빠진 소속사와의 수익 정산 등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새 국면을 맞은 사례도 마찬가지다.

소속 연예인의 인성 리스크만큼 기획사의 오너 리스크가 연예계의 이슈로 연일 대두되고 있는 건 국내 연예 기획사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개인 인성의 문제 때문에 불거진 사태들도 적지 않지만, 기획사들의 부당한 관리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인성 리스크가 이러한 문제가 특정 해당 연예인의 인성 문제로 치부했다면, 오너 리스크는 그것이 개인의 인성보다 기획사의 부조리한 관리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K콘텐츠의 부상에 걸맞는 선진화된 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M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