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탐사대’, 박수홍이 겪은 가스라이팅, 가짜뉴스, 마녀사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도대체 박수홍이 겪은 상처는 얼마나 깊은 것일까. MBC <실화탐사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그 상처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평생 믿고 따랐던 이에 대한 배신. 그것도 타인이 아닌 친형이다. 자신의 매니저 일을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고 그래서 의심을 하는 것조차 죄를 짓는 것만 같아 차마 실상을 물어보지도 못했다는 박수홍에게서 느껴지는 건, 이 인물의 타인을 배려하고 신뢰하는 마음과 함께, 깊었던 신뢰만큼 깊이 박혀 버린 절망감이었다.

박수홍의 형 박진홍과 그 가족들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수홍의 출연료를 횡령하고 마음대로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증거들은 넘쳐났다. 법인카드가 사용된 고급 피트니스센터에는 직접 가보니 박수홍이 찾아온 적은 없었고 대신 박진홍은 지금도 다닌다고 했고, 역시 법인카드로 옷을 구매한 백화점 직원에게 물어보니 연예인들의 의상은 백화점이 아닌 본사랑 협찬해서 한다고 말했다. 즉 피트니스센터 사용권도 백화점에서 산 옷도 박수홍이 구매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장보는 건 물론이고 마사지, 사이나, 미용 등등은 물론이고 아이들 학원비까지 법인카드로 쓰였고, 박수홍 명의로 된 통장을 받아 박진홍이 관리하면서 40억 가량의 개인자금을 횡령했다고 박수홍의 법률대리인은 밝혔다. 근무한 적 없는 직원에게 인건비가 지급되고, 처음에 7대3의 지분으로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도 알고 보니 박수홍의 지분은 0이었고 모든 게 박진홍과 그 가족(심지어 조카들)의 지분으로 되어 있었다.

형이고 가족이기 때문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지만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수홍은 “그냥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믿었던 사람에게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부정당하는 순간에는 이게 주체가 안되더라고요. 저한테는 지옥 자체였습니다.” 자신의 삶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은 경험. 박수홍의 절망감이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박진홍이 준 상처가 더욱 큰 건 박수홍에게 ‘사주’를 빌미로 일종의 가스라이팅도 했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박진홍은 “얘랑 결혼하면 네가 죽는다”는 식의 사주 이야기로 가로막았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 나올 정도로 나이 들어서도 결혼을 안했던 이유가 있었던 셈이었다. 박진홍의 가스라이팅은 칼을 들이대고 협박을 할 정도로 박수홍과 온 가족에게 위협적이었다고 했다.

박진홍이 주도했던 집안 상황 속에서 소송이 벌어지자 그 불똥은 거꾸로 박수홍에게 튀었다. 아버지가 망치까지 들고 박수홍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들기고 했던 일도 그 이면에는 박진홍이 있었다. 박수홍이 마치 손주들을 죽이려고 그런다는 식으로 매도되면서 아버지가 그런 행동까지 보인 것. 이 일은 다시 언론으로 공개되어 마치 박수홍이 이 사건의 가해자인 것처럼 비춰지게 만들었다.

“형은 박수홍 님의 정당한 재산, 본인의 재산 이런 개념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재산으로 생각을 해요, 인식이. 그리고 가족의 재산에 대한 주도권은 본인인 갖고 있다 라고 생각해요.” 박수홍 법률대리인의 말처럼 박진홍은 이 모든 범죄들을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정당화시키려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건 박수홍도 모르는 사망담보가 고액으로 설정된 자신의 보험들이 여러 개 가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보험은 박수홍의 사망 시 수혜자가 박진홍 일가 지분 100%인 법인으로 되어 있기도 했는데, 놀라운 건 이걸 해지하기 위해서는 친형 회사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될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박수홍이 겪은 상처는 형과의 소송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일종의 언론플레이가 있었고, 그래서 가짜뉴스까지 동원된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지금껏 구설 없는 연예인으로 정평이 나있던 박수홍의 30년 넘게 쌓아온 이미지가 진창으로 떨어졌다.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유튜브를 통해 마구 유포되었는데, 그 악플러는 알고 보니 형수의 지인이었다. 거의 저주에 가까운 유튜브 방송도 등장했다. 알고 보니 크로스체크도 없이, 마음대로 기자와 박진홍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고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내용의 가짜뉴스였지만, 유튜브 방송으로서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건 고작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 방해’ 정도라고 했다. 박수홍 소속사 관계자는 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공감가는 대목이었다.

루머는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박수홍 아내에게도 쏟아졌고 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도 이어졌다. 모든 건 사실이 아니었다. 박수홍의 장인은 딸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무너지는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자신의 딸이 ‘인격살인’ 당하고 아내는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그 눈물에 담긴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박수홍과 그의 형 박진홍 사이에 벌어진 소송은 벌써 1년을 훌쩍 넘어간다. 이미 몇몇 사실들이 밝혀졌고 사건의 정황이 명확해 보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아직도 박수홍에게 쏟아졌던 가짜뉴스와 마녀사냥의 잔상들이 남아있다. 마치 <트루먼쇼>를 하듯 매일 같이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정보들이 뉴스로 쏟아져 나왔고, 그래서 박수홍에게 덧씌워졌던 거짓 프레임들이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실화탐사대>가 조목조목 찾아낸 사실들은 이 사안의 추악한 민낯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 민낯은 결국 ‘돈’이 아닌가.

이 방송에서 유재석은 방송 말미에 이례적으로 등장했다. 그 인터뷰는 내용도 그렇지만 그의 출연 결심 자체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박수홍을 신뢰하는가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절망에 빠진 한 사람에게는 크디 큰 위로가 될 터였다. 모쪼록 진상이 제대로 알려지길 바란다. 이로써 가스라이팅과 가짜 뉴스, 마녀사냥까지 겪은 박수홍의 눈물이 씻겨지기를.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그 절망감 속에서도 타인과 사회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다 연결되어 있대요, 사람이. 지켜봐 주셨던 분들이, 저를 힘을 내라고 응원의 글을 정말 많은 분들이 수만 명이 올려주셨어요. 정말 잘 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를 하는데 정말 그 글을 읽으면서 울면서 버텼습니다. 누군가가 이겨내면 그 다음 피해자가 없을 거고요. 말도 안되는 거짓 속에서도 진실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은 힘이지만 정말 노력하면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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