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님이 만난 연느님이 보여준 ‘유퀴즈’가 가야할 길
200회 맞은 ‘유퀴즈’와 김연아의 만남이 특별했던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스포츠는 밖에서 보면 결과가 화려하고 드라마틱해 보이는데, 사실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인생이 드라마틱하지 않거든요. 그걸 보면서 막 영화나 드라마처럼 만화처럼 이러려고 했지 막 사실 그런 생각 별로 안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결과에 대해서 그렇게 의미부여 하지 않는 거 같아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200회를 맞아 특별히 초대한 김연아는 끝없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등장부터 ‘연느님’이라고 자막을 넣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영원한 ‘피겨 여왕’으로 각인되어 있는 김연아가 아닌가. 하지만 올림픽부터 세계 대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세계기록도 여러 차례 세운 김연아가 내놓는 이야기들은 자신 역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금메달 따고 어떤 생각이 들으세요?”라는 질문에 “그냥 메달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하고, 다큐멘터리에서 화제가 됐던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소녀처럼 웃으며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했던 답변들은 너무나 소탈한 김연아의 성격과 삶에 대한 자세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톱스타와 스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도 “까놓고 보면 별 거 없다”며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김연아는 누군가 아름답다, 예쁘다는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색해할 정도로 소탈했다. 그것이 마치 예쁘다는 걸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란다. 선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야식을 하고, 이제는 운동을 너무 안해 수족냉증이 있다는 얼음공주의 이야기는 그래서 스타니, 톱스타니 하는 수식어들이 그저 화려한 겉면일 뿐, 실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이라는 걸 말해준다.

18년간의 선수 생활. 게다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최고의 무대, 최정상에 올랐지만 국민적인 성원에 힘입어 소치 올림픽에서의 은퇴를 선언하며 또 다시 4년을 준비했던 김연아. 그래서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것에 섭섭함 같은 게 혹시 있었냐는 질문에 김연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섭섭함 없었어요. 해방감만 있었어요.”

김연아는 자신이 일하는 방식이 직장인분들이 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기보다는 경기 끝나고 다음 시합을 준비하는 식으로 임했다는 김연아는 그것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 “계속 앞둔 일이 있다 보니까 직장인 분들처럼 뭐 큰 프로젝트든지 뭐든지 하시면 가시잖아요 다음으로. 그런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저한테는(대회가).”

<유퀴즈>가 200회 특집으로 특별히 초대한 김연아의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에도 의미가 있었다. 그건 유느님 옆에 연느님이 함께 섰다는 그 광경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최정상에 올랐던 레전드지만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고 자신을 드러내는 김연아의 모습이나, 그가 그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 대단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온 그 태도야말로 200회를 맞이한 <유퀴즈>에 최고의 덕담이자 나아갈 길에 대한 비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걸어왔던 길 그대로 보다 낮은 곳으로 더 보통 사람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그 삶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에, <유퀴즈>가 가진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이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유재석에게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일 게다. 김연아처럼 최정상에서도 보다 낮은 곳을 향해 숨이 턱에 찰 정도로 열심히 걸어 나가고, 그 삶이 보통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걸 애써 꺼내놓는 그런 길이 유재석 또한 더더욱 빛나게 할 것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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