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님과 최고의 인터뷰 예능은 당선인 논란도 넘어설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논란의 파장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퀴즈>는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 이후 후폭풍이 거듭되고 있다. 출연이 알려진 이후 정치인 미화, 프로그램의 정치적 이용을 반대한다는 항의가 프로그램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윤석열 당선인의 출연을 놓고 지지와 반대 의견이 격하게 맞부딪혔다.

대중이 건드리지 않는 성역이었던 ‘유느님’ 유재석도 이 논란의 소용돌이는 피해가지 못했다. ‘프로그램 게스트 선정은 제작진의 몫’이라며 ‘유재석도 어쩔 수 없이 임했을 것’이라는 옹호도 있었지만 그의 위치라면 윤석열 당선인의 출연을 반대하고 막았어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도 적지 않았다.

방송이 공개된 후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층으로부터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른 때에 비해 흥겨운 예능 분위기를 줄인 드라이한 느낌의 진행 때문이었다. 일과 사생활에서 완벽한 자기 관리로 안티 없이 고른 사랑을 받아왔던 유재석이 30년 활동에서 이만큼 쓴소리를 듣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듯싶다.

출연자 결정은 제작진과 방송사의 몫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고 윤석열 당선인의 출연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청자들도 상당하기 때문에 논쟁은 잦아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전에 <유퀴즈> 출연을 타진했다가 거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길에 기름이 부어졌다.

거절 이유가 ‘프로그램 성격상 정치인의 출연이 곤란하다’는 내용으로 전해지자 형평성 문제가 격하게 제기됐다. 윤 당선인 출연의 책임 소재가 유재석, 제작진을 넘어 윤 당선인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강호성 CJ ENM 대표라고 추정하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의 출연 거절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만 낸 후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 등의 반박이 이어지는데도 침묵을 지키고만 있던 CJ 측 태도로 인해 논란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산불처럼 계속됐다.

이번 논란은 어떤 답이나 대응으로도 모두가 수긍하기는 힘든 상황에 처한 듯하다. 대개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래왔듯 제작진과 방송사는 시간이 흘러 잊히기만 기다리고, 앞으로도 재미만 있으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현재의 거센 파도를 몸 낮춰 통과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재석은 현재 곤란은 겪고 있지만 본래의 너른 사랑을 받는 국민 MC 지위를 곧 회복할 것으로 여겨진다. 논란이 생기게 된 책임 소재를 유재석에게도 묻는 강경한 여론도 있기는 하지만 윤 당선인의 출연을 결정한 적극적 주체로 문제가 되는 입장이 아니라 막지 못한 간접적 원인제공자 정도로 원망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제작자도 아니고, 위상에 비해 평소 제작에 영향력을 드러나게 발휘하던 모습을 보인 편도 아니라 유재석을 이번 논란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대중도 상당하다. 따라서 여전히 강경한 불만론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유재석이 이번 논란으로 인해 커리어에 없던 흠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쪽이 좀 더 전반적인 여론 같다.

<유퀴즈>의 경우는 앞날이 좀 불투명해 보인다. <유퀴즈>는 최고의 인터뷰 예능이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스트 대상의 절묘한 선정, 꼼꼼하고 심도 있는 사전 조사와 인터뷰 구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휴머니즘적 접근 등으로 재미와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종종 검증이 부족했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스트들을 초대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유퀴즈>에 대한 대부분 시청자들의 호감은 이어졌다. 논란이 있을 때 사과하고 이후 게스트 선정에는 유의하는 태도로 시청자들이 신뢰를 거두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좀 다르다. 어떻게 대응하더라도 윤 당선인 출연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을 달랠 수 없는 외통수 상황이라 쉽지 않다. 거기다 문 대통령과 김 총리 출연 거절에 대한 적절하고 납득이 가는 해명이 없으면 프로그램의 섭외 원칙에 대한 신뢰마저 깨질 처지다.

인터뷰 프로그램은 다른 예능과는 달리 재미만큼이나 게스트 선정 등과 관련된 신뢰도 중요해서 현재의 <유퀴즈>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유퀴즈>에게는 이 위기를 이겨낼 방법이 남아 있을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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