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그럼에도 이들이 다시 그 어려운 일을 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는 사실 고속도로 순찰대가 두 번째인데 첫 번째 근무할 때 같이 근무하던 파트너를 고속도로에서 잃어버렸습니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경북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암행 순찰팀 김영태 경위는 조심스럽게 아픈 과거를 꺼내 놨다. 그가 하는 일은 고속도로에서 난폭운전자들을 암행 순찰하고 때론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도주하는 차량을 추격해 붙잡기도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파트너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그런 아픈 경험을 한 그가 다시 그 일을 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선택이었을 게다. 하지만 순찰대로 다시 돌아온 그는 먼저 파트너를 잃었던 장소로 가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담배를 올리며 고인에게 “나 여기 또 왔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별 사고 없이 무탈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게 그 친구가 도와줘서인 것 같다며 그리움 가득한 눈으로 미소 지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김진영 검시조사관은 사망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고인이 남긴 흔적으로 진실을 찾는 일을 한다고 했다. 본래는 공대생으로 대기업에 취직해 다니기도 했는데 그 일을 그만 두고 아내가 했던 간호사일에 관심이 생겨 도전했고 그 공부를 한 후 외과수술전담 간호사로 일하다가 검시조사관이 됐다고 했다.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그가 하는 검시조사관이라는 일은 매일 고인의 사체를 마주해야 하는 일로 이전에 그가 했던 일들과 비교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망사건으로 위장된 살인사건을 조사를 통해 밝혀내는 일에 그는 보람과 사명감을 느꼈다. 故 신해철의 사인을 규명한 것도, 송파구 세 모녀 사건도 바로 그가 했던 일들이었다.

무도실무관 안병헌씨는 청주보호관찰소에서 전자발찌 대상자를 관리한다고 했다. 재범률이 높아 전자발찌를 채운 채 출소한 이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범죄를 사전 차단하는 일을 하는 것. 놀라운 건 그가 관리하는 대상이 무려 100명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모니터로 움직임을 파악하고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전화를 걸어 수시로 통화하며 때론 직접 찾아가 위협과 폭력을 막아서기도 하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는 것.

그는 범죄를 차단하는 것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뚜렷하게 보이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범죄를 저지를 때 멋지게 나타나 이를 막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범죄를 막는 건, 그들이 하는 것처럼 매일 관리대상자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동선을 들여다보고 만나는 것이라는 거였다.

산림청 공중진화대 라상훈 팀장은 최근 벌어졌던 울진, 삼척 산불 진화를 했던 분으로 이 일은 소방관분들이 하는 일과는 사뭇 달랐다. 소방관이 민가나 건물 위주의 일반 화재를 다룬다면, 이들은 한 마디로 ‘산불 전문가’로 산불 현장 한 가운데로 헬기 레펠로 투입되어 직접 불과 맞서 싸우는 일을 한다고 했다.

고도 40m 이상에서 레펠로 낙하해 현장 속으로 들어간 이들이 마주하는 산불은 1m 정도 가까이 다가가면 무려 800도에서 1200도까지 올라가 산불 철이 지나고 나면 얼굴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모든 상황이 위험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산불 진화에 나서는 이들은 작은 돌 하나 내려와 타박상을 입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정도란다. 그 일이 얼마나 험한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현장 출동’이라는 부제로 마련된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의 질문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유독 많았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왜 이 일을 계속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현실적으로 큰돈을 벌어주는 일도 아니고, 어쩌면 죽음과 가까이 다가가는 위험과 고통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변에 담긴 건 ‘사명감’, ‘책임감’ 같은 것들이었다. 그들의 노력으로 누군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였다.

‘현장으로 가장 먼저 출동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죽음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상실의 슬픔이 사명감을 뒤덮고 삶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또 다른 상실을 막으려 현장에 다시 뛰어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상처처럼 마음에 남아 평생 아픔은 무뎌지지 않겠지만 그 아픔 안고 살기에 여덟 해째 꽃이 필 대에도 주변 한 번 살피게 되기를.’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마무리에 이르러 왜 ‘현장 출동’이라는 부제의 특집을 마련했는가를 자막으로 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월호 8주기에 대한 추모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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