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여준 정동식 심판 이야기

[엔터미디어=정덕현] 김민재 선수 닮은꼴로 나폴리에서 그를 보면 “Kim?” 하고 외친다고 한다. 그는 진짜 쌍둥이처럼 김민재 선수를 닮았다. 그래서 나폴리 사람들은 진짜 Kim인 줄 알고 다가와 말을 걸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단다. 그러자 그는 자신은 김민재가 아니고 닮은 사람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다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폴리 사람들은 그와 사진 찍기를 원했고, 그 종이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정동식 심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김민재 닮은꼴로 워낙 화제가 돼서 출연하게 됐을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진짜 김민재만큼 드라마틱했다. 김민재 같은 선수가 되기 위해 초중고를 운동선수로 뛰었고, 휴가도 없이 매일 같이 운동을 반복하는 노력을 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그는 결국 선수생활을 포기했고, 대신 심판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그는 갖가지 일들을 쉬지 않고 했다. 노숙인 쉼터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4년 간 관리자로서 일했고, 신문, 우유 배달은 물론이고 경기가 있을 때는 초중학교 축구 심판을 보고 경기가 없을 때는 공사장 일용직을 하는 등, 하루에 무려 7가지 일을 했다고 한다.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악착같이 고생해 5년 만에 1억을 모았지만 상가 분양에 투자했다 사기를 당해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생활을 다시 시작해 결혼까지 10년 가까이 그 일들을 해왔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유재석은 정동식 심판의 이야기가 그저 “김민재 선수 닮은꼴”에 머무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10년 간 갖가지 생계를 위한 일들을 병행해가며 심판의 길을 걸어왔고, 그 노력에 힘입어 K리그 심판이 된 삶에서 경외감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정동식 심판이 한 이야기 중 인상적이었던 건, 왜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일화였다. 한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살 때가 있었고 그래서 늘 인상을 쓰며 지냈는데 그랬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는 거였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뇌가 기분이 좋은 줄 알고 실제로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는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며 30초간 웃는 걸 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얼굴도 밝아지고 마인드도 긍정적으로 되면서 주위에 사람들이 몰리게 됐다는 것.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삶의 힘겨움이 느껴지는 얘기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웃는 연습까지 했을까.

공정하게 하려는 것뿐인데 경기장에서 때때로 팬들이 하는 비난을 듣고 상처 받을까봐 가족들이 축구장에 오는 꺼린다는 그는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남편이었지만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현재 K리그 심판이면서도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공무관(환경미화원) 일과 퀵서비스 등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 그건 프리랜서인 심판으로서는 일이 없을 때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여전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었던 것.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되니까.” 방송 촬영이 있는 그날도 아침에 청소 일을 하고 왔다고 했다. 다른 분들이 너무 힘들지 않냐고 하지만 그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축구심판으로서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늘 밝고 단단해 보이는 그였지만 이날 그는 유재석이 아들 정현우군에게 던진 “아빠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 한 마디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서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요.” 그 말은 스스로를 ‘나쁜 아빠’라고 했던 정동식 심판은 물론이고 유재석까지 펑펑 눈물을 흘리게 했다. 정동식 심판은 그 간 자신의 삶이 그 한 마디에 보상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고, 유재석은 자신 또한 아빠로서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의 이 평범한 한 마디가 시청자들에게도 남다른 울림을 다가온 건, 착하고 부지런하다는 그 가치가 너무나 폄하되고 있는 현 세태에 그렇게 묵묵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도 똑같은 ‘보상’ 같은 먹먹함을 줬기 때문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착하게 또 부지런하게 사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삶이 큰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회가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그렇지만 아들의 한 마디는 그것이 그 어떤 것보다 큰 가치라는 걸 다시금 확인해준 셈이었다.

정동식 심판의 이야기는 <유퀴즈>가 어떤 지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보여주는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애초 김민재 선수처럼 이미 스타덤에 오른 유명인의 ‘닮은꼴’로서의 정동식 심판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것보다 더 빛난 건 힘겹게 살아온 삶 전체를 아들의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한 마디로 보상받은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이었다. 이번 정동식 심판 이야기처럼 그 어떤 연예인이나 유명인도 채워주지 못하는 그 빛나는 순간들을 <유퀴즈>가 채워주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