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다시 신선한 캐릭터쇼를 재가동하길 응원하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현명한 선택이다. 다음 주(24)를 끝으로 채널A 예능 <도시어부2>가 막을 내린다. 3개월간의 휴식기를 갖고 재정비를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20179월 첫 방송을 시작한 <도시어부> 시리즈는 2019년에 시즌1을 마무리하고, 그해 12월부터 약 12개월간 시즌2를 진행했다. 시작은 험난했다. 볼거리로 승부를 보는 해외 원정 콘셉트의 시즌2를 내세웠지만 공감대에서 오는 재미가 사라진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어려움을 겼었다. 이덕화와 이경규 둘이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지난 시즌1에서 계속 봐온 터라 한계가 있었고, 본질인 낚시로 돌아가더라도 볼거리 측면에선 약화됐다. 제작진은 묘수를 냈다. 단골이라 할 수 있는 박진철, 지상렬, 이태곤은 물론이요, 예능 선수인 이수근, 김준현까지 합류시켜 고전적인 리얼버라이어티 캐릭터쇼로 부활했다.

안 좋았던 조황만큼이나 떨어지던 시청률은 다시 평균 3~4%의 좋은 성적으로 돌아왔고, 5%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캐릭터쇼가 예능에서 자리를 잃은 이유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개성 넘치는 군상이 점점 더 조화를 이루게 되는 과정까지는 에너지레벨이 점점 높아지면서 설렘과 기대를 품게 하지만, 어느 단계에 다다르면 한계체감의 법칙의 적용을 받듯이 익숙해진다. 그리고 점점 활기가 떨어진다.

관찰자 역할을 하던 이수근은 낚시 측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했고, 김준현과 지상렬의 생존 서사가 발동되었다. KCM이라는 또 다른 반고정 멤버도 나타났다. 지상렬과 이태곤의 상하관계도 자리 잡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노익장 이덕화의 악마 캐릭터, 이경규의 화병 콘셉트는 고정 값이다. 하지만 역시나 불타오른 다음의 은은한 온기 유지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MBC <놀면 뭐하니?>처럼 극단적으로 캐스팅을 줄이고, 매 아이템마다 캐스팅을 새로 꾸리는 방법까지 나왔다. 낚시라는 정적인 소재를 예능의 캐릭터플레이로 풀어낸 <도시어부>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즌제는 캐릭터쇼 차원에서 무척 도움이 되는 제작 방식이다.

지금 <도시어부2>는 옆집의 트로트 열풍에 직격탄을 또 한 번 맞은 데다, 캐릭터쇼의 최대 단점인 성장 서사 그 이후 물이 잘 흐르지 않고 있다. 마침, 샌드백 롤이자 낚시 교본, 진행보조 역할로 일인 다역을 하던 박진철 프로가 급작스레 하차하는 시점과 맞물려 <도시어부2>의 에너지레벨은 시청률 그래프와 함께 다소 꺾였다. 이 시점에 잠시 쉬어주는 건 그래서 현명한 결정이다.

다른 리얼버라이어티나 캐릭터쇼에 없는 이 프로그램만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진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애정이 존재할 뿐 아니라 화면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단순히 직장, 방송을 위한 방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태곤은 본업인 드라마 첫 대본 리딩마저 불참하고 <도시어부2>의 특별 촬영에 따라오고, 일흔에 접어든 이덕화는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짚고 새벽 4시 반에 나타나 참돔을 20마리나 앉아서 낚았다. 안 그래도 송사가 있는데, 연말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삐에로의 웃음을 지어야 했던 이경규는 스트레스를 풀고 가는 고향과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 진정성은 아저씨들로 구성된 캐릭터쇼의 관계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순물을 여과해주고 하나의 세계관 속에서 팀워크를 즐겁게 바라보게 만드는 창이 된다. 여기서 호감을 갖게 된다면 어쩌면 길고 지루할 수도 있는 낚시 예능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유일하게 배지 획들을 하지 못하고 샌드백 역할을 전담했던 지상렬이 마지막 출조에서 무려 9개월 만에 단독으로 황금 배지를 받게 된 것처럼 이덕화의 말 그대로 매번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각본을 쓰라고 해도 그렇게 쓸 수 없는 엎치락뒤치락 레이스에다 버저비터가 터지는 스포츠 게임 같기도 하다.

시즌2를 마감하며 김준현은 설렘을 갖고 살았다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1이라고 했다. 카바레에서 원핸드까지 보여준 이태곤은 항상 재밌고, 즐기며, 고마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낚시로 맺어진 세계관은 종편의 한 예능에서 이수근, 김준현 등을 품으며 단순히 유니크한 예능이 아님을 확인했다. 과연 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이제는 익숙함을 넘어 목요일의 일상이 된 <도시어부>의 캐릭터쇼를 어떻게 다시 신선하게 재가동할지, 기대와 함께 기다려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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