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3’, 낚시에 제대로 미쳤기에 가능한 ‘찐 리액션’의 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런 방송이 과연 가능한 걸까. 잡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단다. 채널A 예능 <도시어부3>는 고성에서 참돔 낚시를 나가기 전 배수진을 쳤다. 장시원 PD는 진실을 말해주겠다며 “<도시어부> 4년 역사상 최대 위기”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이었다. 3번의 출조를 했고 그러면 보통 6회 방송분이 나오는 게 정상인데 지금까지 나온 분량이 3.2회분이었다는 것. 사전 촬영을 하는 날, 본 촬영을 하게 된 이 날 방송은 바다로 나가 참돔을 잡아야 4회 방송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낚시 방송이 어려운 점은 바로 이런 점이다. 촬영 시간을 한없이 길어질 수 있지만, 고기를 잡지 못하면 방송 분량은 속절없이 날라 간다. 시즌3로 온 <도시어부>는 지난 3번 출조 동안 악천후 등이 겹치면서 물고기를 구경하는 일이 귀해졌다. 아예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출연자들이 속출했으니 말이다. 마침 고성에서의 설욕전을 꿈꾸는 박진철 프로는 만약에 6짜 참돔을 한 마리라도 못 잡으면 출연자들이 내놔야할 배지를 자기 것으로 모두 내놓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고성 참돔 낚시는 그래서 제작진도 출연자도 배수진을 친 낚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결방 위기를 막아야 하고, 출연자는(특히 박프로는) 배지 7개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위기를 넘겨야 한다. 물론 이런 조건들보다 더 중요한 건, 물고기가 계속 나오지 않아 방송 자체가 고구마로 계속 흘러간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24시간을 꼬박 새우며 낚시를 해도 겨우 4짜 참돔 한 마리를 낚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도시어부3>는 정말 결방의 위기를 맞았다. 배로 자리를 옮겨가며 낚싯대를 드리울 때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나오지 않는 “히트” 소리에 출연자들도 제작진들도 지쳐갔다. 하지만 근성의 <도시어부>였다. 25시간 반이 지날 무렵 드디어 이태곤의 낚싯대에 묵직한 기운이 화면 바깥으로도 느껴졌다. 활처럼 휘어버린 대의 모습은 ‘대물’을 예감케 했다. 실제 낚아 올린 참돔은 무려 72cm짜리로 지금껏 <도시어부> 방송 사상 두 번째로 큰 기록이었다.

사실 이 짧은 순간이 무려 29시간을 바다에서 ‘감금 낚시’를 한 보람으로 남는 결과였지만 바로 그 순간 때문에 이날 방송은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바다 한 가운데 배 위에서 29시간을 내리 묶어놓고 낚시를 하는 방송을 찍는다는 사실은 너무 과한 ‘노동 강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촬영팀들은 중간에 배로 와서 팀을 교체한다. 하지만 출연자들은 배에서 잠깐 쪽잠을 자고, 아예 그것도 하지 않고 날밤을 새우기도 한다. 이런 방송이 가능한 건, 무엇보다 낚시에 제대로 미쳐있는 출연자들의 자발성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칠순의 나이에 그 긴 시간을 배 위에서 서서 낚시를 하는 ‘강철어부’ 이덕화는 이런 방송이 가능해지게 만드는 출연자가 아닐 수 없다. 게스트로 참여한 박광재가 그들의 믿기지 않는 낚시 열정에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노동강도 속에 있다 보니 출연자들이 막 잡았다 생각했다 놓쳐버린 물고기에 ‘삐’ 소리가 나올 정도로 욕을 하거나, 이경규가 이성을 잃어버린 듯(물론 이건 방송 베테랑의 찐 리액션에 가깝지만) 거칠게 불만과 화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불편함을 주기보다는 ‘그럴 만하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도시어부3>는 그래서 너무나 강력한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낚시에 완전히 미쳐 있어 그걸 감수하는 출연자들이 낚시를 하며 보여주는 ‘찐 리액션’의 묘미가 만들어진다. 그건 때론 방송이 담아내기에는 다소 거칠게 느껴지지만, 이 강도 높은 낚시 노동을 몰입해서 본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그 감정의 기복이 너무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친 자들의 방송처럼 보이지만, 그 미친 것이 낚시라는 특정한 소재이고 그래서 납득 가는 부분이 생기는 지점에 <도시어부>만이 가능한 아찔한 맛이 생겨나는 것. 이러니 한 번 물어버린 시청자들은 그 맛에 낚일 수밖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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