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3’, 확실한 캐릭터에 근성 있는 예능의 힘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에도 미션 실패다. 채널A 예능 <도시어부3>의 첫 바다낚시에서 4짜 감성돔을 낚는 미션은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채 실패로 끝을 맺었다. 잡어들만 30마리를 낚는 굴욕을 맛본 것. 지난 시즌3 첫 번째 미션으로 제시됐던 40시간 동안 4짜 붕어 낚시 도전에서도 실패했던 출연자들은 1,2회가 통으로 날아가게 생겼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적어도 <도시어부>에서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고기는 못 낚아도 열심히는 하겠다던 PD의 말대로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시청자들을 잘 낚는다. 낚시에서 볼거리는 결국 물고기를 낚는 바로 그 순간일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도시어부>는 미션 실패에도 2시간 꽉 채우는 재미를 만드는 걸까.

그 중심에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 <도시어부>는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출연자들의 진정성이 캐릭터에 묻어나는 프로그램이다. 촬영 전날 지난 미션에서 못했던 한풀이라도 한 듯 낚시를 다녀왔다는 이덕화는 단연 이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존재다. 40시간 붕어낚시에서 먹는 시간도 아깝다며 끝까지 앉아 근성을 발휘하는 모습은 낚시꾼으로서의 집념(?)이 묻어난다. 낚시를 못하게 될까봐 드라마 섭외 들어올까 무섭다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덕화 같은 캐릭터는 같은 장면도 깊은 몰입감을 만든다.

이경규 역시 낚시에 제대로 빠진 출연자지만, 그는 동시에 방송을 너무나 잘 아는 출연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션에 실패해 고기를 하나도 낚지 못했을 때 어떤 리액션이 방송 분량을 만드는 지 잘 안다. 이번 붕어 낚시에 이은 감성돔 낚시 실패에서도 그걸 제안한 박진철 프로 탓을 하며 배 위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은 단연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워낙 낚시에 진심을 보이는 이태곤은 방송이고 뭐고 오로지 물고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수근은 낚시보다는 특유의 말주변으로 빈자리를 채워넣는 토크를 낚는다. 김준현은 게스트로 들어와 고정을 노리는 박광재와 미묘한 경쟁관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작은 놀래미 한 마리를 갖고도 재미있는 분량을 만든다. 40시간 붕어낚시 미션에 실패하고도 추가 연장에 뛰어들고 결석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바다낚시까지 나온 박진철 프로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렇게 확실히 ‘낚시에 미친(?)’ 출연자들의 진심은 출조 전 허세 가득한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기대감과 실제 낚시 장면에서 보여주는 프로 근성, 그리고 낚든 못 낚든 그 즐거움과 아쉬움을 통해 삶을 은유하는 깊이까지 더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제작진이 자막과 편집을 통해 실제 물고기를 낚진 못해도 시청자들을 낚는 기술(?)을 더해준다. 이러니 고기를 못 낚아도 빈틈없이 채워진 방송이 가능해진다.

사실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하지 말아야 할 미션 중 대표적인 게 바로 ‘낚시’였다. 그건 들인 시간에 비해 방송 분량이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게 낚시라는 소재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는 순간은 짜릿하지만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마치 ‘정지 화면’ 같은 장면은 방송에서 잘라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어부>를 보면 이 기다리는 순간들에도 끝없이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들이 채워지고, 미션을 두고 벌어지는 신경전이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게 해준다. 기대감과 실망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실망감에서의 반전을 이끄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 무엇보다 낚시라는 그 소재에 특화된 이들을 출연시킴으로서, 퇴근 하고픈 제작진들과 대비를 이룰 정도의 근성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싶다. 보통 퇴근하고픈 출연자와 붙잡아두고픈 제작진이 거꾸로 역전된 이 상황은 <도시어부>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