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의 노골적인 결혼과 불륜 비교가 불편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나한테는 로맨스 남에게는 불륜? 이른바 내로남불의 이야기가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본격화되고 있다. 드라마 초반부에는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들을 아내의 입장에서 그리며, 마치 불륜이 가족을 파괴하는 엄청난 폭력일 수 있다는 윤리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으나, 드라마는 중반부터 그 방향을 불륜 판타지로 틀었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세 명의 남편들이 어째서 불륜에 빠지게 되었는가를 마치 세 편의 멜로드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는 것. 판사현(성훈)은 헬스클럽에서 만난 송원(이민영)과 술을 마신 후, 갑자기 쓰러져버린 그를 자신의 차로 옮겨 눕혀 놓고는 40분 간이나 밖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깨어난 송원은 그런 판사현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고, 감기 걸리면 안 된다며 자신의 집에서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 가라 했다.

미국 출장길 비행기와 호텔에서 자주 마주치다 친해진 신유신(이태곤)과 아미(송지인)는 가정 때문에 선을 긋던 신유신에 아미가 점점 빠져들면서 결국 선을 넘었다. 내연녀가 되어버린 아미가 많은 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상기시키는 신유신이었지만, 아미는 마음 한 자락이면 된다고 했고 결국 신유신은 자신이 아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연영과 학과장 박해륜(전노민)은 새로운 강사로 초빙한 뮤지컬배우 남가빈(임혜영)에 점점 마음을 빼앗겼다. 남가빈이 고맙다는 의미로 전한 선물을 되돌려 주려 집으로 찾아갔다가 마침 머리를 다친 그를 병원까지 바래다주게 되었고, 그게 미안했던 남가빈은 박해륜에게 자신의 집에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했다.

이처럼 마치 사랑에 빠져드는 멜로드라마처럼 그려지는 세 남편들의 불륜이야기는, 그러나 그 아내들의 입장에서 보면 열불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남편들의 불륜 과정이 멜로처럼 아름답게 포장되어 그려지는 과정들과, 의도적으로 교차 편집되어 보여주는 아내와의 관계는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내 사피영(박주미)의 향수를 사진으로 찍은 후, 똑같은 걸 구입해서 내연녀인 아미에게 사다주는 남편 신유신의 이야기나, 송원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판사현의 이야기와 병치시켜 그를 너무나 힘들고 피곤하게 만드는 부혜령(이가령)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또 남가빈에게 받은 꽃다발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것인 양 아내 이시은(전수경)에게 갖다 주는 박해륜의 모습 또한.

그래서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전체적으로 장면들만 떼어 보면 그저 평이한 가족드라마 혹은 멜로드라마처럼 보이지만, 남편이 내연녀와 아내를 대하는 모습을 병치하고 비교해 의도적으로 교차편집해 보여주는 장면들은 보기 불편한 내로남불의 자극을 담고 있다. 아내에게는 통분할 더러운 불륜을, 남편의 관점을 통해 달달한 사랑으로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또한 그 관점을 멜로의 시선으로 그리는 것도 작품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JTBC <밀회>에서 오혜원(김희애)이 이선재(유아인)를 만나 빠져들게 되는 그 멜로적 관계 역시 액면은 불륜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불륜을 다루는 방식이나 목적이 아닐까 싶다. <밀회>의 불륜은 단지 자극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오혜원이 포기했던 예술이나 순수에 대한 갈망이 이선재라는 청년과의 불륜의 형태로 그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불륜은 내로남불을 교차편집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불편할 정도로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 이 드라마가 불륜이라는 코드를 통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어떤 관점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은 일탈의 자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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