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으로 돌아온 임성한, 막장보다는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
‘결사곡’, 막장은 아직 모르겠고 분명한 건 뻔한 불륜 공식

[엔터미디어=정덕현] 임성한 작가가 돌아왔다. 은퇴를 선언한 지 6년만의 번복이다. 대신 ‘Phoebe(피비)’라는 필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막장드라마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고, 드라마만큼 삶 역시 만만찮은 화제를 쏟아지게 했던 작가. 새로운 필명은 막장이 아닌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방영된 2회 분까지 만을 놓고 보면, 아직 막장의 발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앞으로도 막장이 아닐 거라 예단하기는 어렵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라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결혼과 이혼의 이중주를 그려내려 하고 있지만 그 겉면을 벗겨내면 불륜이 소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한 라디오 방송을 함께 하는 30대 라디오 DJ 부혜령(이가령), 40PD 사피영(박주미) 그리고 50대 작가 이시은(전수경), 이들의 남편들인 변호사 판사현(성훈), 의사 신유신(이태곤) 그리고 대학교수 박해륜(전노민)에 의해 이혼 위기를 맞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단란해보였지만, 알고 보면 저마다 바람을 피우고 있는 남편들 때문이다.

판사현은 가장 먼저 그 불륜이 발각된 인물이고, 신유신과 박해륜도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거나 혹은 배려하는 척 하지만 아마도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는 인물들이다. 드라마는 아직까지는 차분한 느낌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불륜이 발각되면서 생겨날 폭풍 전야의 고요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불륜을 저질러 아예 딸을 못 만나게 된 아버지가 결국 사고로 죽게 된 것이 엄마 탓이라 여기며 그를 몰아세우는 사피영은 향후 자신 역시 엄마와 똑같은 처지에 이르게 될 거라는 점에서 엄청난 파장이 예고된다. 또 마치 오래도록 헌신해온 아내를 위해 이혼을 얘기하는 줄 알았던 박해륜이 만일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 그 이유라는 게 드러난다면 그 역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방영 전부터 김순옥 작가와 비교되며 막장의 대모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같은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드라마는 막장이라기보다는 어딘지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다. 불륜이라는 소재와 그걸 다루는 방식이 전형적이고, 과도할 정도의 대사 중심으로 이어가는 방식이 그렇다. 특히 사피영이 친모인 모서양(이효춘)에게 두 차례에 걸쳐 불륜을 저질렀지만 죽은 아버지를 두둔하며 오히려 엄마를 몰아세우는 장면은 거의 10분 가까이 쏟아붓는 대사로 이뤄져 있을 정도다.

그런 사피영의 과도한 대사는 당연히 향후 그런 일이 그에게도 벌어진다는 걸 염두에 두고 깔아놓은 것이다. 그가 한 말들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똑같은 고통의 비수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륜이라는 소재를 가져와(그것도 세 인물 모두) 발각되는 과정에 생겨나는 전형적인 갈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방식은 지극히 상투적이다. 마치 일일드라마를 보는 듯한 가족드라마 구성에 불륜이라는 파괴적 요소를 넣어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들을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이미 너무 많이 나왔던 이야기들이 아닌가.

사실 김순옥 작가와의 비교까지 예고됐지만 시청자들 중에는 <펜트하우스> 같은 워낙 강력한 막장의 자극이 준 여파 때문인지 드라마가 밋밋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옛날 드라마로 회귀한 듯한 틀에 박힌 보수성과 불륜 코드를 활용한 전형적 방식은 TV조선이라는 플랫폼과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7.1%(닐슨 코리아)라는 높은 시청률은 그걸 방증한다. 임성한이라는 이름값이 먼저 화제로 작용했고, 내용은 막장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옛날 드라마 방식을 가져옴으로써 보수적인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

물론 2회까지의 방영된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다. 임성한 작가의 스타일 상 향후 언제든 이야기는 더 극단의 자극으로 치달을 수도 있고, 옛날 드라마 방식에서 훌쩍 틀을 넘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TV조선으로서는 플랫폼에 어울리는 기획을 한 셈이고 은퇴를 번복한 임성한 작가도 꽤 괜찮은 선택을 한 셈이다. 일단 막장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며 비판요소를 차단하면서도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거머쥐며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뻔한 불륜 공식을 따르고 있는 드라마가 그려내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메시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시청률은 잘 나올지 모르겠으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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