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 시즌1 마무리, 잔잔한 듯 더 자극적인 내로남불

[엔터미디어=정덕현]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이 마무리됐다. 사실 시즌1 마무리라고는 하지만, 잠시 시즌2를 위한 휴지기에 들어가는 것일 뿐, 드라마가 어떤 일단락을 지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임성한 작가가 늘 그래왔듯이 애초부터 더 긴 호흡의 드라마를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1의 전개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한때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는 장면까지 등장했던 임성한 작가의 세계가 줬던 충격 때문인지, 드라마 시작 전부터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굉장히 자극적인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됐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 달리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의외로 생각보다 담담한전개를 보였고 그래서 불륜 소재와 더해진 이런 전개는 막장이라기보다는 어딘지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그것이 일종의 시동걸기였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드라마는 중반을 넘으면서 불륜 미화라는 아슬아슬한 내로남불의 자극을 꺼내들었다. 즉 앞부분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시점으로 그려가면서 불륜을 비판하는 보수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중반 이후 드라마는 갑자기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그 불륜에 빠져들게 된 남편의 시점을 그려나갔던 것.

보통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 때문에 힘겨워하는 상대의 관점을 담는 것이 전통적인 불륜 코드의 공식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관점 변화를 통해 불륜에 빠지게 된 당사자의 입장을 마치로맨스를 다루듯 미화하는 이야기를 병치함으로써 더욱 도발적인 이야기 전개를 선보였다. 보통 불륜 코드에서 외도자들의 관계가 더러운 욕망처럼 그려지는 것과는 달리, 외도자들이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으로 그려진 것.

드라마는 시시콜콜한 일상 속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지는 복잡한 심리들을 하나하나 잡아나가며 그리고 있고, 그것도 여러 인물들을 병렬적으로 담고 있어 다소 느린 느낌을 준다. 김순옥 작가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그 미친 속도감을 비교해보면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이야기 전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 인물의 내면에 담긴 추악한 면이나, 의외의 약점들, 그래서 빠져들게 되는 엇나간 욕망들은 아직 시즌1에서는 아무런 파국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의외로 강력한 극성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보면 임성한 작가의 내로남불이라는 관점 변화과 TV조선이라는 플랫폼 선택은 전략적으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적인 중장년 시청자들이 주시청층인 TV조선에서 시작점에는 다소 익숙한 불륜 코드를 가져와 보수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보여준 후, 중반부터는 이를 뒤집어 로맨스로 담는 파격으로 시청자들을 끌고 간 점이 그렇다.

시즌1의 마무리가 별 마침표 없이 끝난 것처럼, 시즌2는 이런 두 관점이 이제는 부딪쳐 파열음을 내는 상황들이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8%대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개연성 없는 충격적인 파격보다는 관점 변화를 담은 구성으로 심지어 잔잔하게 보이는 겉보기 아래에 더 강력한 자극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임성한 작가의 내로남불 노림수는 통했다. 물론 시즌2에서 또 어떤 전개가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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