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은 거부한다, 비명소리에 반해 청혼·키스까지(‘결사곡3’)

[엔터미디어=정덕현] “누구보다 강한 줄 알았는데 나 착각이었어. 내 자신에 번번이 지고 스스로도 짜증 나. 정서적 변태 아닌가 생각도 들고.” 이제 곧 남가빈(임혜영)과 결혼할 것으로 여겨졌던 서동마(부배)는 그런 말로 이별을 고한다. 이미 한 번 그를 버렸던 서동마다. 그러다 잊지 못했다며 찾아와 다시 관계를 이었고, 그것 때문에 남가빈 역시 박해륜(전노민)을 떠나 그에게 돌아왔지만 또 다시 배신을 당한 것. “심심하면 건드리고 갖고 놀다가..”라는 남가빈의 대사가 심상찮게 들린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것이 바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의 세계다.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까 생각되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아니 어찌 보면 그런 비상식적인 일들만 벌어지는 것 같다. 마치 임성한 작가는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것 같다. 평범한 상식은 거부한다고.

남편들이 외도를 하고 그래서 모두 이혼하고 각자 살아가지만, 시즌3에 들어오면서 그렇게 외도를 하고 떠나간 남자들과 ‘불륜녀’들은 모두 천벌을 받았다. 맞다 천벌이다. 어떤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벌어진 불행이 아니라 갑자기 생겨난 불행이니 천벌이라고 해야 한다. 송원(이민영)은 아이를 낳고는 바로 죽었고, 그래서 그와 단란한 새 가정을 꿈꾸던 판사현(강신효)은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시은(전수경)을 배신하고 떠난 박해륜(전노민)은 남가빈이 서동마에게로 돌아가자 그 스트레스에 입이 돌아가 버린다. 사피영(박주미)과 이혼해 아미(송지인)와 살림을 꾸렸던 신유신(지영산)은 그를 연모해온 계모 김동미(이혜숙)가 아예 그 집에서 지내면서 죽은 신기림(노주현)의 귀신이 출몰하고 빙의하는 사건을 겪는다. 결국 김동미는 싱가포르로 돌아간다.

반면 배신을 겪었던 이시은은 서반(문성호)의 대시를 받으며 달달한 핑크빛 시간들을 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피영에게 남가빈을 저버리고 온 서동마가 뜬금없이 찾아와 사랑을 고백한다. <결혼작사 이혼작곡3> 6회 한 회 분량은 온전히 사피영에게 서동마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결국 키스까지 하는 그 하나의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한 회 분량을 한 남자의 갑작스런 사랑고백과 직진 애정공세로 채워 넣는다는 발상 자체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게 대단한 시도라기보다는 너무 작위적이고 뜬금없는 전개를 마치 한 시간 가까이 작가가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놀랍게도 서동마가 갑자기 사피영에게 이렇게 꽂힌 이유는 병원에서 우연히 듣게 된 사피영의 ‘비명소리’에 반해서(?)란다. 비명소리를 듣는데 순간 표현할 수 없는 전율, 쾌감이 느껴졌다는 것. 우는 소리도 들렸는데 그게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며 바로 들어가서 안아주고 싶은 걸 참았다고 서동마는 대놓고 사피영에게 말한다.

이런 상황은 사실 난감하다. 이제 거의 처음 만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남자가 갑자기 “결혼을 하고 싶다”고 뜬금없이 말하고 그 이유가 “비명소리” 때문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피영 역시 황당해하고 철벽을 치지만, 서동마는 단념할 생각 자체가 없다. 집요하게 말 하나하나를 받아치고 ‘기승전결혼’을 요구한다. 그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건 거의 폭력에 가깝다. 물리적인 폭력만 폭력이 아니다. 언어적이고 정서적인 폭력도 폭력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재벌집 아들이라는 서동마의 배경과,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 화려하기 그지없는 음식들 같은 것들로 포장되어 있다. 연출도 의도적으로 퇴근길에 가득 도로를 채운 차들을 내려보는 광경과 화려한 음식, 와인 등을 교차해 보여주며 이 비상식적인 상황을 포장한다.

한 시간 가까이 토론에 가깝게 청산유수로 쏟아내는 말들에 조금씩 사피영의 철벽이 깨지는 과정은 그래서 사랑의 과정이라기보다는 마치 ‘가스라이팅’ 같은 느낌이 담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대놓고 “안고 싶은 걸 참는 것”이라고 말하고, 갑자기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며 딸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노는 모습이라도 한 발 떨어져 눈에 담고 싶다는 것. 그래서 그 밤에 딸과 놀이공원에 간 사피영을 서동마는 따라다니며 눈에 담는다. 그 장면 역시 사랑이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스토킹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급기야 바로 다음 날 아침, 해외 출장을 떠나기 전 사피영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온 서동마는 돌아서는 사피영을 따라가 안고 키스를 한다. 역시 사전 동의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더 문제는 마치 사피영 역시 이 상황을 좋아하는 것처럼 연출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건 위험한 상상이다. 보기에 따라 그저 변태기질과 폭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상식은 거부하는 <결혼작사 이혼작곡3>의 폭주가 자칫 일상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듯 비춰질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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