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2’, 임성한 작가의 막장본색...시즌제 남용 문제없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결혼식은 보통 드라마의 엔딩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워낙 가족주의 시대의 멜로드라마, 가족드라마의 클리셰가 ‘결혼으로 끝을 맺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도 엔딩을 결혼식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장에 등장하는 커플들이 뜬금없다. 지금껏 달려온 이야기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의 커플들이 마지막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판사현(성훈)은 아미(송지인)와, 서반(문성호)은 송원(이민영)과 서동마(부배)는 사피영(박주미)과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애초 판사현은 부혜령(이가령)과 이혼 후 아이를 가진 송원과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을 꿈꾸고 있었고, 서동마는 남가빈(임혜영)을 다시 찾아와 결혼하자며 프러포즈를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부혜령과 사피영(박주미)은 동시에 서반에게 호감을 가지며 경쟁하고 있었다. 그러니 엔딩의 식장 장면은 이 과정이 무색한 황당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방영 내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던 죽은 신기림(노주현)의 영혼은 난데없이 사피영의 딸 신지아(박서경)의 몸에 빙의되어 김동미(김보연)에게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저주를 날렸다. 아내였지만 극장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킨 신기림을 내버려둬 죽게 만들었던 김동미였다. 그 후 귀신이 되어 여성의 신체를 음흉하게 훑고 다니던 신기림은 손녀의 몸에 빙의해 아내를 저주하는 모습으로 시즌2의 엔딩을 장식했다.

사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신기림 같은 초현실적 존재 설정만 아니었다면, 결혼과 불륜 그리고 이혼으로 점철된 다양한 삶의 양태를 변주한 작품으로 임성한 작가의 변화를 얘기할 수도 있는 작품일 수 있었다. Phoebe라는 예명으로 절필을 뒤집고 돌아온 임성한 작가가 과거와는 달라진 면모로 화려하게 부활한 작품으로.

하지만 시즌2의 엔딩은 충격적인 황당함으로 이런 기대감을 단박에 날려버렸다. 오히려 ‘막장본색’이 다시 부활했다고나 할까.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수치인 16.5%(닐슨 코리아)라는 시청률을 냈지만, 그것이 어떤 일관된 메시지에 대한 공감이 아닌 배반과 낚시성 자극요법에 의한 거라는 걸 이 엔딩을 보여줬다. 게다가 자주 등장하던 ‘상상 신’은 이제 인물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가졌던 효용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시즌2의 엔딩을 보면, 이런 상상 신 역시 작가가 일단 자극적인 사건을 저질러놓고 “상상 신이었다”며 빠져나가는 빌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엔딩이 아니었다면 결국 결혼이나 불륜, 이혼 같은 사건들이 물론 윤리적인 차원에서 시시비비가 판단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모두 권선징악으로 흐르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었다. 불륜은 지탄받아 마땅한 사안이긴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이혼하게 된 당사자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런 메시지는 더 이상 결혼이 지상과제가 되지 않는 시대에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시즌2의 엔딩은 작가가 드라마를(또 드라마를 봐온 시청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준다. 마치 신처럼 하늘 꼭대기에 올라앉아 인물들을 제 멋대로 이리저리 조종하는 작가의 태도는, 그 인물들에 몰입하는 시청자들로서는 기분 나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의 내적 흐름에 의해 시청자들과의 어떤 공감대(약속)를 바탕으로 작품이 그려지는 게 아니라, 작가 마음대로 작품이 휘둘려지고 있어서다.

그리고 이런 엔딩의 목적은 ‘시즌3’라는 연장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즌3가 예고된 것. 물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즌3가 충분히 가능한 작품이었다. 최고 시청률이 나왔고, 작품도 자극적인 소재지만 세련되게 그려진 면이 있었다. 게다가 세 커플의 관계가 변주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또 다른 시즌으로 이어져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끌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시즌2 엔딩에 그런 황당한 충격요법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런 엔딩은 시즌3의 이야기를 다소 무리하게 만들어낼 수 있고, 무엇보다 작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진심으로 결혼과 이혼의 변주를 다양한 양태로 보여주려 한다기보다는 자극으로 시청자 잡아끌고 가려는 전형적인 ‘막장’의 발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물론 시즌제가 성공적인 드라마에 있어 하나의 새로운 틀로 자리한 건 사실이지만, 모든 작품들이 시즌을 무한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답일 수는 없다. SBS <펜트하우스>가 시즌1에서 괜찮은 양상을 보이다 시즌2에서 폭주하고 시즌3로 넘어와서는 ‘요령부득’의 막장드라마가 되어버린 사실은 이른바 ‘시즌제 남용’의 안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작가가 애초에 머릿속에 그려낸 작품의 서사가 완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장의 욕망’ 때문에 억지로 이어붙이는 시즌이란 그간의 작품이 거둔 성취조차 망가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과연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이런 시즌제 남용의 폐해를 피해갈 수 있을까. 충격적 엔딩과 더불어 공개적으로 시즌3를 선언한 드라마에 우려와 의구심이 남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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