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3’, 출연자·연출자 교체하고도 괜찮아? 이유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로 돌아왔다. 지난해 8월 시즌2를 끝내고 6개월여 만이다. 그런데 시즌2까지 드라마를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시즌3가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질 법 하다. 출연자가 3명이나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즌2까지 판사현 역할을 했던 성훈 대신 강신효가, 신유신 역할을 했던 이태곤 대신 지영산이 그리고 김동미 역할을 했던 김보연 대신 이혜숙이 들어왔다.

물론 드라마가 방영 도중에 출연자가 교체되는 상황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SBS <리턴>에서 고현정이 제작진과의 의견차로 박진희로 교체된 일이 있었고, 지난해 방영됐던 KBS <달이 뜨는 강>은 주인공 온달 역이었던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나인우로 교체됐다. <달이 뜨는 강>은 주인공 교체 후 미리 찍어뒀던 지수 분량도 모두 나인우로 다시 찍는 수고를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3>의 출연자 교체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교체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 없어 그것이 출연자 측의 제안인지 아니면 제작진 측의 제안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나 한꺼번에 교체됐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 정도로 출연자가 바뀐다면(그것도 주연급 배우들이) 사실상 새로운 시즌 제작은 무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연계성도 느슨한 경우라면 출연자 교체를 이해할 수도 있을 테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3>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시즌2의 충격 엔딩을 떠올려 보면 이런 사실은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간 관계를 맺어왔던 인물들의 조합이 아닌 전혀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으로 결혼식장에 나란히 들어오는 광경을 엔딩으로 보여줬던 시즌2였다. 그만큼 누가 누구와 만나고 헤어졌고 다시 만나게 되었는가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핵심적인 스토리 요소다.

그러니 출연자를 함부로 교체해 시즌3부터는 이 인물들이 시즌2의 그 인물이라고 치고 드라마를 선보이는 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실제로 시즌3에 교체되어 들어온 배우들을 그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로 생각해 몰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상대역과 연기호흡을 하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판사현이 아기를 출산하는 송원(이민영)과 애틋한 연기를 보여주거나, 김동미가 사피영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장면, 혹은 신유신이 이혼하기 전 사피영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달달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출연자 교체 심지어 연출자까지 교체하고(시즌2 유정준 PD에서 시즌3는 오상원 PD로 바뀌었다) 그것이 그다지 큰일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는 거꾸로 임성한 드라마가 가진 실체를 드러내는 면이 있다. 즉 임성한 월드에 ‘대체불가’란 없다는 것. 뭐든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심지어 갑자기 의미 없이 사망할 수도 있으며(시즌3 첫 회에 아미의 아버지는 뜬금없이 낙마해 사망했다고 처리된다), 죽었어도 유령이 되어 드라마의 언저리를 떠도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게 임성한 월드라는 것이다.

이것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빈틈없이 짜인 완성도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결혼작사 이혼작곡3>의 시청률이 떨어질 거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시청자들 역시 이 드라마에 굉장한 완성도 자체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드라마를 통한 밀고 당기는 게임을 즐기는 정도랄까. 실제로 시즌3 첫 회는 6.2%(닐슨 코리아)로 낮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래도 찜찜함은 남는다. 어째서 이런 파행들이 임성한 월드에서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걸까. 그저 작가에 의해 이리저리 쓰이다 버려지거나 교체돼도 괜찮은 정도로 대우되는 연기자들이, 또 그런 걸 봐도 괜찮다 치부되는 시청자들이 안쓰럽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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