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3’, 생사여탈권 쥐고 흔드는 임성한표 복수극의 시작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보니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임성한 작가표 복수극의 시작이다. 그 서막은 송원(이민영)이 아이를 낳고는 갑작스레 사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송원의 사망으로 아들 낳고 단란하게 살 것처럼 여겨졌던 판사현(강신효)과 그 가족들은 초상집이 됐다. 초상집 분위기가 아닌 진짜 초상집.

이시은(전수경)을 배신하고 남가빈(임혜영)과의 새 삶을 꿈꾸고 떠난 박해륜(전노민)은 남가빈이 옛 사랑이던 서동마(부배)와 다시 가까워지고 떠나면서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됐다. 그 스트레스가 너무나 심한 나머지 입이 돌아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홀아비가 되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말을 할 때 발음이 질질 새는 박해륜의 모습은 처량하기 이를 데 없다.

사피영(박주미)을 배신하고 아미(송지인)와 살림을 꾸린 신유신(지영산)은 그에게 사심을 가진 김동미(이혜숙)가 들어오면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아미와 김동미가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고, 여기에 귀신이 되어 김동미를 저주하는 신기림(노주현)이 신지아(박서경)에게 빙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신지아에 빙의한 신기림은 자신이 김동미 때문에 죽었다는 말을 꺼내 주변사람들이 그 죽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보면 불륜으로 배신했던 자들이 저마다 천벌을 받는 상황이다. 새 아내가 죽거나, 새 연인이 떠나가 입이 돌아가거나, 아버지 귀신이 딸에게 빙의하고 새어머니와 새 아내가 싸우는 그런 상황. 잘 들여다보면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한 천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실상 그건 이 드라마에 신적인 위치에서 단죄를 내리는 임성한 작가에 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이렇게 배신한 이들이 천벌을 받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배신으로 고통 받았던 이들이 오히려 맞게 되는 ‘꽃길’을 병치해 일종의 복수극을 더 극대화시킨다. 즉 한 쪽에서는 사람이 죽어 곡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어서 이시은과 서반(문성호)의 달달한 멜로가 보여지는 식이다. 오래 전부터 이시은을 짝사랑했던 서반은 이제 좀더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그 시즌에 따라 불륜을 소재로 몇 차례 변주를 해왔다. 즉 시즌1에서 주로 불륜이 만들어내는 가족의 고통을 전면에서 다뤘다면, 시즌2로 와서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불륜을 하게 됐던 이들이 그들 사이에서는 로맨스처럼 이를 여기는 상황을 다뤘다. 그래서 시즌1,2가 보여준 건 말 그대로 ‘내로남불’을, 보는 시각과 시점의 변화를 통해 변주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즌3는 그 ‘내로남불’을 한 이들이 저마다 맞이하는 천벌을 복수극처럼 다루고 있다. “덕은 닦은 데로 가고 죄는 지은 데로 간다더니...” 송원의 장례식장을 나오며 부혜령(이가령)이 던지는 내레이션은 그래서 작가의 목소리 그대로다. 물론 시청자들은 이러한 천벌에 복수극이 주는 사이다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천벌’이라는 개연성을 넘어서는 미신적이고 불가항력적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 ‘임성한 본색’이 느껴진다. 인물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쥐고 마음껏 휘두르는 잔혹하고 짜릿하지만 개연성보다는 미신에 기대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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