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2’, 치고받는 애증의 난타전... 갈 때까지 간다

[엔터미디어=정덕현]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의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줄곧 6%(닐슨 코리아)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7회에 8.9%를 찍더니 8회에는 9.7%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 최고 시청률인 9.6%를 뛰어넘은 것.

이렇게 시청률이 급상승하게 된 건, 드디어 숨겨왔던 불륜 사실이 탄로 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애증의 감정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고깃집을 우연히 찾았다가 남편 판사현(성훈)과 그 부모님이 송원(이민영)과 함께 식사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 광분한 부혜령(이가령)의 폭주는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살벌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판사현의 아이를 가진 송원에 대한 분노가 크고, 우연히 만났다 해도 자신 모르게 남편 가족들이 송원을 챙기는 모습에 눈이 돌 수밖에 없겠지만, 시부모가 보는 앞에서 남편의 뺨을 개 패듯이 패는 부혜령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그간 다소 잔잔하게 흘러왔던(물론 이건 겉보기에 그렇다는 뜻이지만) 상황들 속에서 갑자기 숨겼던 본능과 감정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라마는 지금껏 불륜 사실을 들키지 않았던 신유신(이태곤)도 그 실체를 아내인 사피영(박주미)에게 들키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외국에서 온 이모가 사피영의 엄마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걸 알고 병원으로 데려갔고, 그 사실을 알고 병원으로 달려온 사피영이 그곳에서 신유신과 아미(송지인)의 불륜 광경을 보게 된 것.

임성한 작가의 강력한 노림수가 드러나는 건, 남편의 불륜사실도 엄마의 불치병도 모른 채 행복하게만 보였던 사피영이 이 두 사실을 동시에 알게 되는 극강의 충격을 그렸다는 점이다. 결국 충격에서 졸도한 사피영은 깨어나자마자 남편에게 “아미가 누구냐”고 물었다. 앞으로 이들 가정에 몰아닥칠 파란이 예고되는 장면이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흔히 ‘내로남불’이라 일컫는 다소 뻔한 코드를 드라마로 가져왔지만, 결혼과 이혼을 두고 벌어지는 그 애증의 과정들은 마치 ‘복수극’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들로 인해 고통을 겪는 아내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아내들 역시 그냥 그 아픔을 수용하기보다는 이에 대적하는 만만찮은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마치 부부가 그 애증을 갖고 링 위에 올라 한 번씩 치고받는 난타전처럼 그려진다. 여기에는 어딘가 한 부분씩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이상한 인물들의 캐릭터가 한몫을 차지한다. 남편의 심장마비를 방치해 죽게 만들고 그 아들을 연정하는 김동미(김보연), 과거사 때문에 불치병 판정을 받고 찾아온 엄마를 매몰차게 내모는 사피영,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지만 너무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부혜령, 아내만 사랑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륜을 저질러온 뻔뻔한 남편 신유신, 조강지처 버리고 뮤지컬배우와 바람이 나 이혼한 박해륜(전노민) 같은 인물들은 저마다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래서 불륜 사실이 발각되는 순간은 묘한 이중의 카타르시스가 생겨난다. 신유신의 불륜이 발각될 때 그 뻔뻔한 실체가 드러나는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를 내몰아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었다며 엄마를 매몰차게 대해온 사피영이 바로 그 엄마의 입장에 처하게 된 데서 생겨나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가 그것이다. 또 부혜령이 남편의 불륜으로 아파하는 것 역시 ‘그럴만한 이기적인 행동’들과 병치되면서 연민과 카타르시스의 두 개의 감정이 겹쳐진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통해 임성한 작가는 평범해보였던 결혼생활이 불륜이라는 틈입을 통해 어떤 파열음을 내고 그것이 이혼으로 변주되는가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이 애증의 난타전에는 묘한 이중적인 카타르시스가 생겨난다. 그래서 이걸 한꺼번에 폭발시키며 끝까지 가는 그 노림수는 여지없이 통하게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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