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신드롬이 생겨난 몇 가지 요인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건 대단한 사건이지만, 이제 윤여정은 그 사건을 넘어 신드롬이 되어가고 있다. 그건 어떤 실적이나 수상경력보다, 윤여정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거침없으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당당하면서도 변함없으며, 최고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한껏 자신을 낮추는 그 면면들이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면면들은 시상식 전후로 했던 그의 말들 속에 담겨 있다. ‘최고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최중이 되면 안 되냐는 답변은 그가 가진 삶의 지혜가 묻어난다. 그는 수상소감에서도 경쟁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상을 받고는 있지만 그건 운이 좋은 것일 뿐, 후보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작품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1등이나 최고만을 지향하고, 그렇게 승자가 되어야 독식하는 우리네 경쟁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말했듯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최고가 아니라, 최중이 되는 길이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것도, 놀랍고 기쁜 일이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게다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세계 모든 영화들이 마치 할리우드를 정점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듯한 그 틀을 깬 것도 지난해 <기생충>에 이은 윤여정의 성과였다. 그래서 그의 소신 있는 답변은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그건 전 세계 영화계에 대한 이야기면서, 경쟁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크나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스카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다라고 한 답변 속에는 그의 성과가 특유의 성실함과 변함없는 모습 그리고 당당함에서 온 것이라는 걸 드러낸다. 그는 오스카 같은 상을 받았어도 여전히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피력했다. 그 변함없는 모습이란 성실하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연기하고 살아가는 걸 말한다. 그리고 그런 삶이 가치 있다는 걸, 상을 받는다고 해서 그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어떤 위치나 성과를 낸 후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를 당혹케 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정재계 인물들은 물론이고,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지위에 따라 태도도 바뀌고 삶의 방식마저 바뀌기도 한다. 사실상 그걸 이뤄준 대중들 혹은 소비자들은 변함없는 삶을 살아가며 저들의 변화에 실망한다. 위치가 그 사람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윤여정의 저 한 마디가 일갈하고 있다. 그 사람의 가치는 늘 성실히 변함없이 자신의 일에 충실한 데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윤여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가 되고 신드롬이 되는 가장 큰 요인은 그가 유머 가득한 입담으로 보여주는 삶의 여유다. 그는 시상식장에서도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입담으로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선사한 바 있고, 그런 모습은 기자 간담회에서도 또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쏟아져 나온다. 할 말은 하면서도 상대방을 기분 좋게 웃게 만드는 배려가 그 유머 속에 담겨있다. 그리고 그런 유머는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늘 트로피보다 더 화제를 모으는 윤여정의 수상소감에 담긴 농담, 배려, 자신감에 대해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살펴봅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미나리’스틸컷, MBC,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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