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썰, 이슈 관련 콘텐츠를 TV에서 보는 재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코로나 시국에 나타난 새로운 장르 중 한 가지가 트리비아(trivia) 예능이다. 괴담부터 현대사의 아픈 상처, 잔혹한 범죄사까지 앉아서 다룬다. 전문가의 해설이나 강의 형식은 줄이고 친구끼리 나누는 듯한 혹은 변사가 되어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탈권위적인 스토리텔링이 그 특징이다. 점진적으로 높아진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인해 아예 이번 가을부터 시즌제가 아닌 정규화된 SBS <꼬꼬무>, 다시 돌아온 SBS <당신이 혹사는 사이2>, tvN <알쓸신잡>의 연계프로그램인 <알쓸범잡>, KBS2 <표리부동>, MBC <심야괴담회> 등이 같은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 목록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OTT 플랫폼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운 장르 중 하나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다큐다.

그중 <심야괴담회>는 실로 오랜만에 귀환한 지상파 납량 프로그램이다. KBS <전설의 고향>, SBS <토요미스테리 극장>, MBC <이야기 속으로> 등 1990년대를 마지막으로 맥이 끊긴 공포 콘텐츠를 계승하면서, 한편으로는 공포와 과학지식, 괴기와 역사 이야기가 어우러진 본격 공포, 괴기 토크쇼라는 틀을 새로이 설계해 시대보정을 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싹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출연자들이 스토리텔러가 되어 소개하고 그중 최고의 한편을 꼽는 스토리텔링 챌린지란 설정이 비록 재미 요소로 작동하진 않지만 황제성, 김숙, 허안나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열연과 리액션은 기존의 공포 콘텐츠들이 갖고 있던 재연 프로그램 특유의 B급 정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볼거리를 가져다준다. 스토리텔링과 리액션이 기존의 재연 프로그램 특유의 묘미와 결합되면서 요즘 문법을 갖춘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그런데 재밌게도 유튜브 콘텐츠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 분명한 스토리텔링 예능 코드에 대한 반응보다 재연드라마 특유의 레트로한 TV 감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큰 각인을 남긴 다락방, 파란 얼굴, 오사카 민박집, 유영철 사건을 비롯해 이번에 다룬 씨랜드 사건까지 스튜디오에서 주조하는 공포도 분명 있지만, 회차가 거듭되면서 탄탄해진 재연 장면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름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조이면서 보는 서스펜스의 긴장이 기대 이상으로 탁월하기 때문이다.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는 재연 영상임에도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열연과 진일보한 연출, 스튜디오 토크와 교차하는 편집 타이밍 등이 돋보인다.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엿볼 수 있는 유튜브 댓글이나 커뮤니티 반응만 봐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란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스튜디오 쇼가 상대적으로 아쉽게 다가온다. 스튜디오에 모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이 신선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일반적인 재연 프로그램과 달리 ‘리액션’과 ‘공감대’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인 리액션은 스토리텔링 예능의 작법 측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며 몰입도와 긴장감을 책임지는 장치다.

하지만 MC인 김구라의 그다지 믿지 못하는 표정과 기계적인 리액션부터, 시청자들과 동조가 이뤄지기 전에 폭주하는 패널들의 호들갑스런 리액션까지 공감의 통로에서 몰입의 단차를 만든다.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메인MC인 김구라가 지난주 ‘공포의 여름방학’ 특집부터 이번 주까지 2회 차나 빠졌지만 스튜디오 분위기에 빈자리나 이질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심야괴담회>가 제자리를 찾아가듯이, 스토리텔링 예능, 트라비아 예능은 최근 꾸준히 이어지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확실한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꼬꼬무> 시리즈 정도지만, 가성비와 웹 콘텐츠로 재가공 되는 범용성 측면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괴담, 썰, 이슈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범죄 다큐 등은 최근 OTT서비스에서 왕성하게 소비되고 있는 장르며, 친밀하고 수평적인 스토리텔링 또한 유튜브에서 이미 익숙해진 화법이다.

그런 와중에 <꼬꼬무>의 현대사 풀어 읽기나, <심야괴담회>의 재연 영상처럼 하나씩 특색이 곁들어지면서 단순한 스튜디오 토크쇼의 한계를 넘어서는 개성이 점차 갖춰지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는 새로운 볼거리를 창조해내는 작법 측면에서도 변화를 엿볼 수 있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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