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2’, 어떻게 SBS 교양국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교양 프로그램 <꼬꼬무2>는 오늘날 TV콘텐츠의 첨단이다. 접근 방식부터 기존의 제작, 편성 문법으로는 담을 수 없는 기획이다. 물론 교양으로 분류된 프로그램에서 YH무역 사건이나 12·12 등 현대사의 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는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2010년대 중후반 인문학을 자기계발의 원천으로 삼는 수요와 맞물려 강연 예능, 역사 콘텐츠가 꾸준히 각광받기도 했다. 그러나 <꼬꼬무> 시리즈를 비롯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방점은 알려주는 강의나, 교양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이야기의 재미에 찍혀 있다. 이런 색다른 전환은 관찰예능 이후 10여 년간 별다른 패러다임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꽤나 신선한 발견이다.

정확하게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라는 뜻의 <꼬꼬무>는 장도연, 장성규, 장항준이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공부하고 느낀 바를 각자 친구나 지인에게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대로 시작한 시즌1은 호평 속에서 평균 4%대 준수한 시청률을 거두며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 SBS 교양국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찾아온 시즌2 또한 높아진 기대에 어울리게 5%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시즌2는 스케일을 키웠다. 시즌1처럼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도 다루면서 교과서에 등장하는 현대사의 물꼬를 튼 장면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현대사는 다루기 버겁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외면하고 싶은 우리네 아픈 자화상을 누구나 쉽게 알고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실험이다.

그런데 시야를 뒤로 물러서 바라보면, 소재나 작법이 왠지 낯설지 않다. 괴담, , 이슈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범죄 다큐 등은 최근 OTT서비스에서 가장 왕성하게 소비되고 있는 장르다. 새롭다는 친밀하고 수평적인 스토리텔링 또한 유튜버들에게서 빌려온 익숙한 화법이다. 혹자들은 스토리텔링을 입힌 프로그램이 최근 성행하는 이유를 팬데믹으로 인한 환경적 요소에서 찾기도 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유튜브 콘텐츠가 TV 제작에 영향을 미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꼬꼬무> 시리즈가 다른 스토리텔링 콘텐츠보다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 예능 중 유튜브에서 통했던 특성을 TV프로그램에 가장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썸네일에 올릴만한 자극이 된다. 이 모든 기막히고 무서운 이야기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은 관심을 끌고 감정을 증폭시키는 감도 좋은 진공관이다. <꼬꼬무>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략을 취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여기서 <꼬꼬무>는 한걸음 더 들어간다. 이야기의 실타래를 사건의 요약이나 해설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화하여 손을 잡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YH무역사건의 김경숙 열사, 8.15 저격 사건에선 함께 희생된 여고생,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인 사건에서는 딸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버지, 정원섭 씨를 비롯해 공권력으로 인해 누명을 쓴 사건의 희생자들 등 개인의 입장에서 사건 전체를 바라보면서 입체적으로 느끼고 체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숨 막히는 사실, 먹먹한 사연이 당혹감과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이 이야기에 빨려들게 만든다. 바로 이 부분이 <꼬꼬무>가 가진 재미의 원천이다. 장성규 또한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무슨 사건이라고 알고 있던 이야기를 (범인 등) 개인의 시점에서 들려주니 흥미로워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작법의 측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장도연이 시즌2의 관전 포인트로 뽑은 리액션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이고 화자의 역할만큼이나 비중이 큰 리액션은 <꼬꼬무>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책임지는 핵심이다. 순수한 아이들의 리액션과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 유튜브 채널 ‘ODG’처럼 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게스트들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리액션이 붙으면서 이야기는 완성된다. 이들의 눈빛, 표정, 감탄사는 몰입의 단초가 되고 공감의 예시가 된다.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안소희, 눈물을 쏟아내는 백지영과 감정이 격해진 봉태규는 심지어 방송을 끊어가기도 했다. 이런 살아 있는 리액션은 이야기의 밀도와 긴장감을 높이고, 몰입을 극대화하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필수 필요조건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세 그룹이 각자 나누고, 빠른 호흡의 교차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리액션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약점을 극복한 킥이다. <꼬꼬무>는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중간 중간 감정도 보다 쉽게 드러내고 이야기에 덧붙이는 대화의 양과 깊이도 훨씬 커진다. 그러니 한 명의 화자가 3명의 청자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다양하고 폭넓은 리액션을 갖는다. 이 또한 기성 TV콘텐츠 작법이라기보다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덕에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일찌감치 넘어서는 등 공식 유튜브 채널의 반응 또한 뜨겁다.

TV와 유튜브의 공존 혹은 대결은 이미 현실이며 숙명이다. 점점 그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고, 상호보완과 경쟁이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그런 시점에 나타난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그 작법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어서 지켜보기 흥미롭다. <꼬꼬무>시리즈는 K-문화의 자부심이 우리의 옛 대중문화를 레거시로 받아들여 현재성을 부여했듯, 과거사와 이슈를 적당한 자극과 적절한 의미를 바탕으로 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생각을 던진다. 우리가 언제 유신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때 그 피비린내 나는 사건을 다시 관심을 가져보겠는가? 그것도 TV콘텐츠로 온가족이 함께 말이다. 그처럼 <꼬꼬무>는 이슈나 사건이 콘텐츠가 되고 문화의 힘이 되는 유튜브의 생리를 적극 활용해 TV콘텐츠의 울타리를 넓힌 긍정적인 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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