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2’, 새로운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보려는 성의에 박수를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우리 <꼬꼬무> 안 다뤘었나요?” 무슨 프로그램을 다룰까 논의가 오가는 [TV삼분지계] 평론가들의 단톡방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분명 다룬 것 같은데,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리즈를 다룬 적이 없다는 놀라움과 의아함 때문이었다. 세 사람 모두 지면에서, 사석에서, 방송에서 <꼬꼬무> 시리즈에 대한 언급을 계속 해 왔던 탓에, 어쩐지 [TV삼분지계]에서도 이미 프로그램의 만듦새를 칭찬했던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언제든 기꺼이 그 가치와 의의를 칭찬하고 싶은 프로그램, SBS 역사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시즌2를 마무리했다. 10월부터는 시즌제가 아닌 정규편성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칭찬할 구석이 많은 프로그램이라, 세 평론가가 주목한 부분이 모두 달랐다. 정석희 평론가는 세 진행자의 호흡과 제작진의 노고를 아우르는 동시에, 피해자/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의 노력을 높게 샀다. 이승한 평론가는 <꼬꼬무>가 공식적인 역사 기록이 주목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과 약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을 지목하며, 역사를 읽는 관점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상찬했다. 남지우 평론가는 <꼬꼬무>가 전통적인 TV 시청 패턴이 아니라 알고리즘 추천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에게도 강한 호소력을 지닌 포맷임을 칭찬하는 동시에, 정규 편성이라는 과실이 제작진들의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보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 편 들어주고 싶은 성의와 의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21회는 번외편 형식, 이야기꾼 '장트리오'와 이야기 친구들의 소회로 마무리 됐다. 덕담이 오가는 훈훈한 그림이었지만 이 시국에 여럿이 나란히 자리를 함께 하다니! ‘띠로리~’, 난감한 장면 전용 효과음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단 둘의 대화가 코로나19 상황에 특화된 방식이라며 동네방네 칭찬해온 나인지라 황망할 밖에. 그러나 함께 울고 분노했던,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질문을 해주던 이이경 씨, 공감 능력 최고였던 이현이 씨를 이런 날 어찌 안 부를 수 있겠는가. 방역 4단계 격상 전에 녹화가 이루어졌겠지!

이처럼 <꼬꼬무>는 어떻게든 편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이유인 즉 ‘성의’로 보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번 ‘끝나지 않은 그날 이야기’에도 언급됐지만 일단 준비 과정이 엄청나다고 한다. 매회 A4 용지 다섯 박스 분량이라니. 작가들이 머리를 쥐어뜯을 만하다. 뿐만 아니라 밥을 지어 떠 먹여줘도 못 받아먹는 여느 방송인들과 차별된 진행자들. <티키타카> 3회에 ‘장트리오’가 홍보 차 출연했을 때 자부심이 느껴졌었다.

 

<꼬꼬무>의 격을 올린 건 어렵사리 담았을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피해자의 하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기에 피해자 인터뷰 없이는 진행 불가였다는데, 세월 속에 눈덩이처럼 부풀어진 소문보다는 사실만을 담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보인다. 21회에 ‘YH 무역 사건’의 당사자 정만옥, 권순갑, 최순영 님을 다시 만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들에 주목해주기를 당부하는 세 분께 역사의식이 부족해 당시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음을 깊이 사죄드린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잊히고 지워진 관점을 끝끝내 기록해 낸 1만2,500매의 노력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시대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제 입장을 공식적인 역사로 만들 권리 같은 건, 보통 명예와 권력을 손에 거머쥔 승자의 전유물이니까. 하지만 때론 그 어떤 어려움에도 끝내 기록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승자가 되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파일럿과 2개의 시즌을 통해 들려준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시즌2를 마무리하는 좌담 테이블에서 언급된 것처럼, <꼬꼬무>는 종종 희생자나 약자, 역사에서 지워진 평범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육영수 저격 사건을 다룰 때에는 그날 국립중앙극장에서 사망한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합창반원 장봉화 씨의 시선에서 출발하고, 요도호 납치사건을 다루면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오랜 세월 숨겨져야 했던 관제사 채희석 씨의 활약을 조명한다. 구로동 카빈 강도사건을 다룰 때에는 주범 두 사람의 일대기에 주목했던 그간의 창작물들과는 달리 ‘동반자살’이라는 기만적인 용어로 잊혔던 주범의 가족들의 곁에 선다. 굳이 공식적인 역사가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 자리를 찾아가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어둠 속에서 건져 올리는 <꼬꼬무> 시리즈의 고집은 역사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꼬꼬무> 이전이었다면 몰라도, 이제 우리는 그 역사들을 다른 자리에서 기억할 수 있다. 기억하고 기록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 덕분이다.

좌담 테이블에 초대받은 단골 ‘이야기친구’ 장현성은 프로그램을 “굉장히 전파가 유익하다”는 말로 요약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 한 줄로 축약된 공식 기록의 이면,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관점을 발굴하기 위해 매회 1만2,500매 분량의 자료를 검토하는 노력이 깃든 프로그램이니까. 잠시간의 숨고르기 이후, 이제는 멈춤 없이 달려줄 <꼬꼬무>의 정규편성을 응원한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숨은 공로가 보상받는 정규편성이길

텔레비전의 시대가 지나서일까, 주변 친구들로부터 “너 그거 봤어?” 하는 질문이 들려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JTBC <스카이 캐슬>이나 <부부의 세계>, SBS <펜트하우스>같은 전국구 급 히트작이 방영되는 중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이제는 누구도 우리의 TV 사생활을 묻지도 공유하지도 않는다는 걸 생각하며 씁쓸하던 찰나, 한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지우, 꼬꼬무 봤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참 오래간만에 구두로 직접 추천을 받은 TV 프로그램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방송이 꽤 흥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본방 사수 유형의 시청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꼬꼬무>의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는 유형이다. 아니나 다를까, <꼬꼬무>의 제작진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기획은 텔레비전보다도 모바일에서, 그리고 TV를 잘 보지 않는 젊은 세대들에 더욱 짙은 호소력을 자아낼 수 있음을 말이다.

JTBC의 <크라임씬> 시리즈 이후, 고정출연진의 사전 준비와 연습이 이 정도로 중요한 프로그램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일정 수준 이상의 대본 암기와 연기가 동반되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성실하게 따라온 세 ‘이야기꾼’의 공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년 반의 여정을 총정리한 어제(29일) 방송에서는 작가 및 제작진들의 공로도 언급되었는데, 매주 스토리텔링을 위해 A4 다섯 상자, 1만2,500매 분량의 자료 조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양의 노동, 이를 수행하는 <꼬꼬무>의 제작진들의 노동실태가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 방송계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간접고용이나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으며 일하고 있지 않은가. 성공적이었던 파일럿과 시즌제, 그 끝에 성사된 ‘정규편성’이란 것이, 제작진들을 위한 고용 안정과 정당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 되기를 바라본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Instagram @jmbar_jwjw

[사진·영상=SBS.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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