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다크투어’, 생소함이 익숙함을 넘어서지 못할 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목요일 밤은 예능 뷔페다. 노래 오디션 예능 SBS <DNA 싱어-판타스틱 패밀리>, MBC <악카펠라>, TV조선 <국가가 부른다>, 채널A <청춘스타>), 백종원의 tvN <백패커>, 게스트의 스타파워를 내세운 KBS2 <주접이 풍년>, 늦은 밤에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여기에 JTBC의 새로운 예능 <세계 다크투어>가 합류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여행 프로그램은 2000년대 이후 한 가지 여행 테마로 자리 잡은 다크투어를 내세운다. 기존의 여행 예능과 차별화하고 언택트 여행이란 제약 속에서 찾은 새로운 콘셉트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던 장소나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면서 역사 속 비극과 아픔을 되새기는 일종의 스토리텔링 여행법인 다크투러리즘을 기반으로 기존 여행 프로그램들이 담고 있던 여행의 로망, 떠나는 설렘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회 다이애나 비의 비극을 다루며 파리를 비롯한 현장을 다녀왔고, 2회에서는 미국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의 첫 번째 살인 무대가 된 시애틀 일대를 살펴보았다. 유튜브를 비롯해 자료화면을 쓰는 것과 함께 실제 촬영팀을 파견해 이번 여행을 위한 영상을 담아와 다른 언택트 여행보다 한발 더 나아간 생생함을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세계 다크투어>는 ‘신개념 사건 현장 랜선투어’라고 스스로 정의한다. 문제는 예능 프로모션과 런칭에 있어 ‘신개념’이란 상투적인 표현이 쓰였다는 것은 뒤집어 말해 명확한 레퍼런스가 있다는 뜻이다. 다크투어란 생소한 소재를 다루긴 하지만 tvN <벌거벗은 세계사>와 <꼬꼬무>가 60:40 비율로 편직 된 낯설지 않은 포맷과 이야기로 다가온다.

비행기 대신 2층 투어버스를 타고 언택트 여행을 떠나고, 김지윤 박사, 프로파일러 표창원 등 유명한 전문가들이 스토리 가이드가 되어 한 회를 책임진다. 박나래, 장동민 등 연예인 출연진은 청자가 되어 준비된 영상과 스토리를 듣고 리액션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여행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사실상 스토리텔링 콘텐츠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마이크를 잡는 청자와 앉아 있는 화자의 달라진 위치는 재미의 기준이 달라진 오늘날 예능의 경향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스튜디오 구성과 진행 방식은 <벌거벗은 세계사>와 유사하다.

소재는 <꼬꼬무>의 세계 버전 같다. 표창원 스토리 가이드가 준비한 최소 100여 명 이상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희대의 1970년대 미국의 연쇄 살인마 테드 번디의 흔적을 따라가며 여행을 이어간다. 투어리스트들은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여행에 빠져든다. 다 끝난 사건이고 잘 정리된 영상과 자료화면을 접하는 것뿐이지만 그 자체가 “너무 무섭다”고 느낄만한 섬뜩함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관건은 전달하는 방식에서의 참신한 매력과 이야기에 입장했다면 그 몰입감을 어떻게 높일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여행과 접목한 전략도 좋고 캐스팅도 훌륭하다. 범죄, 어두운 사건을 스토리텔링하는 후발 콘텐츠이고, 구성 방식에 새로움을 곁들이기 위해 다크투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가져오고 팬데믹의 종식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여행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허나 이 모든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기둥인 여행과 스토리텔링, ‘다크 콘텐츠’가 만나 이루는 확장성이 다소 아쉽다. 어떻게 보면 새롭고, 또 보다보면 재밌기는 하지만 익숙한 맛이 계속 맴돈다.

사전 제작발표회에서 선입견을 갖지 말고 색다른 점이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했다. 또한, 김지윤, 표창원이라는 방송가의 1티어 강사들을 게스트로 모셔왔다. 이들이 준비한 강연은 분명 흡입력이 있고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이야기구술 형식으로 사건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각광을 받으며 한 차례 봇물이 지나갔고, 강연 형태를 연성화한 예능은 그 동안 쭉 있어왔다. 흥미로운 여행이기는 하지만,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접근했을 때는 너무나 익숙한 볼거리이고, 여행 콘텐츠로 보기엔 여행의 로망과 설렘이 제거되어 있다. 다시 말해 다크투어라는 생소함이 익숙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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