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3’, 희열을 느끼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지식교양 영역의 소재를 다루는 토크쇼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다. <꼬꼬무2>의 비약적 인기와 코로나 시대 위로와 울림을 주는 사회적 명사들을 만나는 토크쇼로 대형 예능의 반열에 오른 <유퀴즈>를 필두로 <심야괴담회>, <당신이 혹하는 사이>, <알쓸범잡>, 지난 12일 첫 방송을 시작한 <그림 도둑들> 등등 사람이든, 현대사든, 그림이든, 괴담이든, 음모론이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무언가를 남기는 토크쇼들이 눈에 띈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일으킨 인문학 열풍이나 2017년 <알쓸신잡>과 <차이 나는 클라스>를 기점으로 기존 강연 예능이 다시 붐업된 시절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점점 더 가볍게 접근하고 힘을 뺀 것은 맞는데 포커스는 ‘인문학’보다 ‘이야기’로 방점이 옮겨갔다. 그러면서 사장된 장르였던 토크는 코로나 시대 제작상의 용이함과 윤종신의 야망과 맞물려 다시 각광받는 추세다. 그 외에도 팝업스토어를 마련한 관찰예능인 <어쩌다 사장>이나 힐링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바퀴달린 집2>, <수미네 산장>에서도 기존 여행 예능과 달리 두드러지는 장치가 바로 솔직함을 꺼내는 토크쇼 파트다. 그럼 점에서 특히나 <심야괴담회>, <꼬꼬무2>, <대화의 희열>이 맞붙는 목요일 밤은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향연이라 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깊고 길게 들려주는 현존하는 유일한 1인 게스트 토크쇼 <대화의 희열>은 적기에 돌아온 셈이다. 2년 전 최고 시청률 6%대의 호성적과 여전히 긍정적인 유희열의 브랜드가 유효한데다 그때보다 토크는 더욱 대중적인 콘텐츠니 기대해봄직하다. 들여다보면 각양각생이지만 언뜻 보면 엇비슷한 스토리텔링, 토크쇼 중에서 <대화의 희열>은 ‘대화의 힘’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삶의 이야기’는 내놓는다는 특징이 있다.

비교적 짧은 호흡의 <유퀴즈>로도 많은 위로와 울림을 받고 심지어 카톡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오늘날 호스트 MC와 패널이 게스트를 맞이해 웃음과 진지함, 감동과 지혜를 고루 나누며 기본적으로 게스트를 위로 모시는 전통적인 콘텐츠다. 기존 멤버인 유희열과 김중혁 소설가, 신지혜 기자와 함께 새로이 유튜버 이승국이 합류해 다양한 시선으로 던지는 질문과 공감 속에서 인생의 깊이를 담아내고자 한다.

첫 시작은 시기도 시기인 만큼 5.18민주화운동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황석영 작가를 모셔서 그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나눴다. 임을 향한 행진곡의 제작 비하인드부터, 방북과 망명, 그리고 이어진 5년간의 수감 생활 등등 질곡 진 우리 현대사의 한 부분을 개인이자 작가로서 살아온 한 대가의 시선을 통해 돌아보고 그 참상에 대해 다시 기억을 환기하고, 우리가 겪은 아픔과 이뤄낸 현재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서 노력했다는 것은, 출연진들이 황석영의 작품과 활동이 없었다면 어쩌면, 5.18을 지금처럼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 대화의 당위를 계속해 노출하는 멘트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개봉한 안성기 배우의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도 그렇듯, 시즌 자체도 5.18 추모시기이긴 하나 1회의 게스트 선정이나 주제, 그리고 다루는 내용은 동시간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꼬꼬무> 시리즈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에도, 연예인들 사이에 조수미, 유시민(2회분 편성됐다), 박항서 등 사회 명사들이 출연하긴 했으나,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참혹한 사건처럼 현대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시즌이 업데이트 되는 2년 사이 또 한 차례 변혁이 있었던 셈이다. 그만큼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있다.

<대화의 희열>은 대화의 힘을 믿는 프로그램이라 한다. 그런데 4명이서 한 사람을 쳐다보고 맞장구를 치거나 공감하는 장면이 많다. 질문 자체가 주고받는 대화를 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에피소드를 듣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깊이를 담기 위해서 별다른 장치를 쓰는 것보다 정공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진중하기도 하고, 익숙한 작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화의 희열을 느끼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보고 있자니, 단조로움이 느껴졌다.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 위해선 오늘날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각광 받는 이유인 재미든, 지식이든,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든 어떤 직접적인 효용이 눈에 띄어야 하는데 MC진이 중간중간 5.18에 끼친 황석영의 영향을 환기하는 당위를 깨닫는 것 이외에 ‘대화의 힘’이 효용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여러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목요일 밤에 <대화의 희열3>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4명이 한 사람의 입을 바라보는 인터뷰보다는 4명이나 포진한 MC진과의 ‘대화’가 하나의 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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