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수다’가 ‘유퀴즈’에 비해 임팩트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희열은 무척 다재다능한 예능MC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배경을 갖고 예능 활동을 병행하며 대성한 윤종신이 최근 교양의 무드가 강한 콘텐츠로 진로를 바꿨다면, 유희열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같은 정통 음악 프로그램 진행부터, JTBC ‘싱어게인’, ‘슈퍼밴드’ 등의 오디션쇼, ‘슈가맨’ 등의 스튜디오 예능, tvN ‘알쓸신잡’과 KBS2 ‘대화의 희열’시리즈와 같은 인문교양과 접목한 토크쇼, 최근 카카오TV의 ‘더듬이TV’처럼 웃음을 지향하는 예능 콘텐츠와 ‘밤을 걷는 밤’과 같은 정서적인 콘텐츠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유희열의 장점은 유머가 깃든 인간미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등 불쾌하지 않게 웃음을 만들고 카리스마나 본인 캐릭터 내세우지 않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 만들 줄 안다. 비연예인 출연자든, 연예인 게스트든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리액션과 경청하는 자세, 웃음을 추구하면서도 중심을 잡고 메시지를 정리하는 능력은 신동엽이나 유재석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뮤지션으로 쌓은 업적이나 주목받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임에도, 과거 라디오 DJ시절부터 보여준 가볍고, 소시민적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낮추고 출연자의 개성과 장점을 빠르게 잡아내 유머 코드를 만드는 능력도 발군이다.

JTBC ‘다수의 수다’는 이런 유희열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토크쇼다. 제작 발표회에서 유희열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많지만 사람에게서 느끼는 게 제일 크다”고 했다. 그런 만큼 ‘다수의 수다’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재미있고 즐거우면서도 뭔가 남는 것이 있는 가볍지 않은 토크쇼를 지향한다. 의사, 법의학자, 변호사, 스타트업 대표 등 매주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업계에 관한 수다를 떠는 전문직 이야기다. 선망하는 직업이나 평소 궁금했던 직군의 이너서클을 살짝 엿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면서 직업의 세계를 알아본다. 요즘 많이들 관심 갖는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다.

직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자기 일에 사명을 갖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통해 배울 거리를 전달한다.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만남에서는 유니콘, 런웨이 등 스타트업 관련 용어와 기술력을 통한 압축성장이라는 스타트업의 정의부터, 일상을 남다르게 보는 시선과 같은 사업가의 마인드를 알아보고, 법의학자들과의 대화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와 대형 참사가 남기는 교훈들을 짚어본다. 변호사들과는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긴 했지만 전세 보증금 반환 제도 등 꼭 필요한 삶의 지식을, 외과 의사들과는 드리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실제 환자 사이에 있는 진짜 의사들의 일상과 ‘수술실 CCTV 의무화’ 논란에 대한 당사자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따라서 몰입할 계기만 있다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얻는 배움과 다른 직업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계기가 직관적이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는 데 있다. 조금 뻔한 전문 직군만 다루고 있고, 이미 여러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얼굴과 이름을 알린 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tvN ‘유퀴즈’와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 그보다 깊게 파고드는 어두운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유희열의 진행법과 역할, 사람에게서 얻는 희망과 위로, 배움 등 대체로 익숙하다. 신선함이 덜하다보니 여럿이 등장해 만드는 장점이 딱히 나타나지 않는 반면 개인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면서 관심이 곱해지는 게 아니고 나눠진다.

전문가 집단의 수다를 들으며 재미를 얻는다는 측면에서는 유희열의 또 다른 대표적 ‘알쓸신잡’과 같은 구도다. 하지만 연속극처럼 다음 주에 다시 또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업 소개에 가까운 평이한 수준의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수다에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적극적인 시청 의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조직 내에서 리더십에 고민이 있어야지 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야기가 와 닿는다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유희열과 차태현의 조합은 신선하지만 진행과 리액션은 기존 토크쇼의 수위에 정확히 머물러 있다.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 이야기는 건너뛰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보다는 외도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스타트업에 관한 이야기도 투자금액과 복지 등 기존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첨예한 대립이나 새로운 이야기는 피한다. 결국 그러면서 의도와 달리 익숙한 콘텐츠, 홍보성에 콘텐츠로 흐른다.

‘대화의 희열’은 3번째 시즌까지 이어졌지만, 훨씬 짧은 러닝 타임의 ‘유퀴즈’에 비해 임팩트는 현저히 떨어졌다. 게스트에게 영향력이나 관심이 생긴 경우도 드물었다. 전형적인 띄워주기에 대한 거부감이다. ‘유퀴즈’는 캐주얼한 자리 세팅에서부터 시작해 무척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전달할 다룰 바로 끄집어낸다. 요즘 시대의 흐름에 맞는 호흡이면서 요즘 시대에 맞는 메시지다. 출연진의 폭을 연예인이 아닌 다양한 직군에서 활약하는 사람들로 확장해 변화를 이뤄냈다.

그런데 ‘다수의 수다’는 다수의 출연진이 나오는 것 이외에 이 프로그램만이 만든 변화와 특징이 없다. 다양한 직군의 출연자를 섭외하는 ‘유퀴즈’는 물론이고 한 명의 출연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대화의 희열’ 시리즈와도 차별화된 지점을 만들지 못했다. 유희열과 차태현의 조합이나 전문가 집단에 연예인이 끼어 있는 그림은 색다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소구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질문을 시청자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