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장항준·김상욱, 스토리텔링 예능 최적화된 특급 토커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스토리텔링 예능은 이런 스토리에 의존해 재미를 생산하는 예능 포맷이다.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해 기존 인기 포맷인 관찰 요리 육아 프로그램들 수만큼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교양 예능 범주에 속하지만 과거 교양 예능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보 전달에 무게중심이 있었다면 스토리텔링 예능은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이야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스토리텔링 예능은 tvN <알쓸범잡>,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시즌2(이하 <꼬꼬무2>)와 <당신이 혹하는 사이>(이하 <당혹사>), MBC <심야괴담회>, <선을 넘는 녀석들:마스터-X>(이하 <선녀들>), JTBC <그림도둑들> 등이 현재 동시 방송 중이다. 다음 달 1일 방송을 재개하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도 합류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주인들이 등장한다. 스토리텔링 예능 영역에서는 기존의 특급 MC나 패널들이 아닌, 새로운 인물들이 집중 섭외 대상이 되면서 판을 주도하고 있다. 윤종신이 가장 대표적이다. 윤종신은 <알쓸범잡>, <당혹사>, <그림도둑들> 등에 동시에 출연 중이다.

윤종신은 예능감을 인정받은 MBC <라디오스타>를 하차한 후 예능 행보가 좀 애매했다. 그러다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 프로그램이 JTBC <방구석 1열>이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교양색 강한 프로그램에서 윤종신은 토커로 입담도 과시하면서, <라디오스타> 시절에는 잘 느껴지지 않던 정리 능력까지 발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리 능력은 스토리텔링 예능에 최적화돼 있었다. 일반적인 예능의 MC들처럼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끌고 가지는 않지만 늘어지는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윤종신의 ‘겸손한’ 진행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들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매끄럽게 전환시켰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예능에 특화된 MC 역할은 <알쓸범잡>, <당혹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종신은 스토리텔링 예능에서 주 소재가 되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방송 중에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으면서 잘 표현한다. 현대사나 시사 상식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스토리텔링 예능과 잘 어울린다.

스토리텔링 예능 시대에 윤종신만큼 자주 볼 수 있는 인물이 영화감독 장항준이다. 오래전부터 간헐적 예능 활동을 하면서 감독보다 방송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좋은 입담을 과시해왔지만 요즘처럼 고정에 동시다발로 방송에 많이 보이는 경우는 처음인 듯하다. 장항준은 현재는 <알쓸범잡>, <꼬꼬무2> 등에 고정 출연 중이다.

장항준은 극본을 쓰고 이를 영화, 드라마 등 영상물로 연출한, 본질적으로 이야기꾼이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이고 예능 경험까지 풍부해 스토리텔링 예능이라면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꼬꼬무> 시즌1에서 맹활약해 이 프로그램이 스토리텔링 예능 붐의 기폭제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스토리텔링 예능에서 윤종신이 진행자형 토커, 장항준이 패널형 토커로 선두를 달린다면 전문가 토커 중에는 김상욱 교수가 가장 돋보인다. 김상욱 교수는 최근 <알쓸범잡>과 <선녀들> 등에 출연하고 있는데 설민석 강사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방송계를 떠나기 전 차지했던, 스토리텔링 예능 전문가 집단의 리더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느낌이다.

김 교수는 일반인들에게 딱딱한 과학 이야기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능력이 최대 강점이다. 과학자들에게서 자주 느껴지는 괴짜스럽거나 오타쿠적인 면모도 적어 시청자들이 편하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좋다.

이런 차별점은 김 교수가 자연과학에만 매몰돼 있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인문학적인 지식과 관점을 갖추고 있고 미술 등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도 상당하다. 최종적으로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사안들을 다루지만 설명의 과정 곳곳에 때로는 비과학적일 수도 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고려도 견지하려는 노력이 배어난다.

이 밖에 <꼬꼬무2>의 장도연이나 <방구석1열>, <당혹사>의 봉태규, 그리고 전문가 중에는 <심야괴담회>, <당혹사> 등에 출연한 과학도 출신 괴짜 작가 곽재식 등도 스토리텔링 예능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스토리텔링 예능이 현재의 추세로 예능을 주도하는 트렌드 중 하나로 계속된다면 스타 토커들의 탄생도 이어질 듯하다. 누가 윤종신, 장항준, 김상욱 교수의 뒤를 이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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