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세상에 저런 군대가 어딨어? 아마도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을 보는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했을 게다. 제아무리 방산업체 회장인데다 최초의 여자 사단장 노화영(오연수)이 엄마인 노태남(김우석)이라고 해도 신병교육대에서 짬밥이 싫다고 엎어버리는 장면이 그렇고, 그런 군 생활 자체를 버티기 힘들어 탈영해 해외로 도주하려는 모습이 그렇다.

군 법정이 아무리 법보다는 군대의 상명하복 계급 구조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그 법정에 세워 무죄를 얻어내는 일들이 그리 쉬울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역해 로펌에 들어가려 했던 도배만(안보현)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인물이 노화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군대로 돌아와 군 검사일에 복직하는 것도 가능할까 싶다.

물론 노화영을 위시해 이재식(남경읍) 국방부 장관 사람들이 모여 군대는 물론이고 정치까지 쥐락펴락하려는 애국회를 대상으로, 도배만과 차우인(조보아)이 하는 복수극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간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군검사 도베르만>은 이런 실제 현실들에 대한 개연성은 슬쩍 옆으로 밀어 놓는다. 그보다는 분명한 적폐세력을 적으로 세워두고 그들을 하나하나 골탕 먹이고 추락시키고 무너뜨리는 사이다 액션 복수극에 집중한다.

그런데 보통 개연성이 떨어지면 “저런 게 어딨어?”하며 시청자들도 이탈하기 마련이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조금 특이하다. ‘세상에 저런 군대가 어딨어?’라고 황당하게 생각하면서도 그 개연성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그려낸 과장된 이야기가 제공하는 오락적인 사이다를 기대하게 되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모델 지망생이자 아이돌 가수 알렌(박상남)이 팬으로 데려와 물뽕을 먹이고 함께 성폭행을 한 노태남(김우석)이 처절하게 당하기를 원하고, 그런 그를 무마해주는 척 하며 그가 가진 방산업체 IM 디펜스를 꿀꺽 삼키려는 야심을 가진 용문구(김영민)가 추락하길 바란다. 또 그 뒤를 봐주며 겉으로는 강직한 군인인 척 하지만 뒤로는 더 큰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걸리적거리는 건 뭐든 치워버리고 없애버리는 노화영(오연수)과 그가 속한 애국회 군인들이 모두 정의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

그래서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대와 결탁한 방산업체 비리라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일종의 홍길동식의 ‘활극’으로 그려나간다. 그만큼 드라마는 가볍게 권선징악 복수극의 틀을 가져와 매회 시원시원한 응징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 같은 것이 아니라, 당장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의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주는 사이다에 빠져든다.

그 힘이 만만찮다. 5%로 시작한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어느새 8.6%(닐슨 코리아)에 이르렀다. 그만큼 지금의 대중들이 가진 현실적인 스트레스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군검사 도베르만>의 이러한 승승장구가 외부적 요인만으로 벌어진 건 아니다. 이런 오락적인 활극을 그리는 작품에서 중요해지는 건 그걸 얼마나 시원시원하게 표현해내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안보현이나 조보아가 보여주는 액션 연기나 김영민, 김우석 같은 인물이 그려내는 악역 연기는 이러한 성과에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화영이라는 가장 중대한 악역 역할로 오연수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분명한 악역 연기와 이를 응징해가는 액션 연기의 합이 이 드라마가 어딘가 어설퍼도 잘 나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저들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픈 욕망을 계속 건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