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다리까지 잘라... 오연수의 악역, 그 파격과 과함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그저 악역인 줄 알았는데 악마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의 노화영(오연수)은 부하 원기춘(임철형)이 지뢰지대를 수색하던 중 오발로 부하를 쏜 일을 무마하기 위해 그의 생 다리를 잘랐다. 마치 부하를 구하기 위해 지뢰지대에 들어갔다가 폭발로 다리를 다친 것처럼 꾸미려 한 것. 이 사건으로 원기춘은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국민적 영웅으로 급부상했고, 은퇴를 앞두고 정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데 노화영이라는 인물이 자칫 사단장에 오른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심지어 부하의 다리를 손수 자른다는 설정은 제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과한 게 사실이다. 그건 노화영이 그저 권력에 눈먼 악역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연쇄살인범에 가까운 사이코패스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군검사 도베르만>은 스토리 자체가 다소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다리를 직접 자르는 파격적인 설정도 나올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아무런 현실과의 연결고리 없이 황당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지뢰영웅’이라는 소재는 2000년에 실제 벌어졌었던 지뢰사고와 그 후 제기된 영웅조작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군검사 도베르만>은 이런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과장되게 극화함으로써 일종의 액션 장르물로서 풀어나간다. 이런 방식은 <빈센조> 같은 이태리에서 온 마피아의 복수극을 그렸던 작품과 유사하다. 그러니 악마화된 노화영이라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부하의 다리까지 자르는 파격적인 장면도 등장한 것.

하지만 노화영이라는 악역과 이를 연기하는 오연수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사실 지금껏 오연수가 해왔던 일련의 연기들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군검사 도베르만>의 노화영 역할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권력욕에 빠져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비정한 악역이니 말이다.

노화영은 자신의 길에 걸림돌이 된다면 아들 노태남(김우석)까지 버릴 수 있는 인물이다. 차우인(조보아)의 아버지가 운영해온 방산업체를 송두리째 빼앗기 위해 그 부모를 죽인 인물이고, 그를 위협해 오는 도배만(안보현)와 차우인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할 정도로 만만찮은 악역이다.

오연수는 노화영을 연기하기 위해 지금껏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굳은 얼굴과 고압적인 모습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파격변신이 시청자들에게는 이전까지 선보인 오연수의 이미지와는 사뭇 상충되는 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악역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이런 행동을 하는 인물에 대한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이 인물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니 노화영은 그저 태생적인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로 비춰진다. 최초의 여자 사단장이고, 군대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장군에 오른 인물로 그 성공에 대한 욕망이 지나친 야심으로 엇나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하지만, 심지어 부하의 다리까지 자르는 상황은 이런 야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너무 과한 설정과 인물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연기하는 오연수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 또한 갈리게 된 것.

“우리는 지금 우리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괴물을 상대하고 있는지도 몰라.” 노화영이 부하의 다리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도배만은 그렇게 말한다. 이것은 악역을 괴물 같은 악마로 만들어 그를 무너뜨리는 도배만과 차우인의 복수극을 더 강렬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드라마는 노화영이 왜 그런 괴물이 됐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없다. 온전히 그 괴물화는 오연수라는 연기자가 스스로 축조해야 하는 문제가 된 것. 오연수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심지어 이런 악역 자체가 그간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도전일 수 있는 오연수에게는 난감한 상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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