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사 도베르만’, 부모 찬스와 폭탄이 된 자식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늘의 기억을 절대 잊지 마. 내가 니 안전핀이라는 거 항상 명심해.”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노화영(오연수)은 아들 노태남(김우석)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런 교훈을 남겨주겠다며 수류탄을 쥐어주고 안전핀을 뽑은 후 1시간 동안 홀로 있게 만드는 벌을 준 바 있다. 그리고 돌아와 자신이 그의 안전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일은 다시 빙빙 돌아 노화영 앞으로 돌아왔다. 군 가혹행위에 의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던 노태남의 선임이 벌인 총기난사사건. 자신의 입지를 위해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노화영은 아들 노태남에게 위증을 강요하지만, 노태남은 자신에게도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들의 뻔뻔한 모습 앞에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진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노화영은 이마저도 무위로 돌리려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노태남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려한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노태남은 절망한다. 엄마가 아들을 끝까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용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된 것.

그래서 이제 노태남은 과거 자신이 수류탄을 들고 한 시간 동안 벌벌 떨고 있던 그 곳으로 노화영을 부른다. 그리고 은밀히 구해온 수류탄을 꺼내 들고 안전핀을 뽑는다. “예전에 여기서 그랬죠? 어머니가 내 안전핀이 되어 주겠다고. 그 군복 입고 있는 한 어머닌 멈추지 않겠죠? 그러니까 이번엔 제가 어머니의 안전핀이 되어드릴게요.” 그리고 결국 폭탄이 터진다. 물론 그 순간 도착한 도배만(안보현)이 노태남을 안고 쓰러져 그 생사는 알 수 없지만.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검사인 도배만과 차우인(조보아)이 부모를 죽인 노화영과 애국회 인물들을 향한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아마도 노화영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복수는 아들 노태남이 수류탄을 터트리는 이 장면이 아닐까. 노화영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들이 갖가지 사고를 치고 다녀도 무마시키는 ‘부모찬스’를 쓰게 했지만 그 결과로 되돌아온 건 폭탄이었다.

“엄마. 나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서.. 미안했어.” 수류탄을 던지기 전 노태남은 그 마지막 말로 노화영을 엄마라 부르지만, 노화영이 한 ‘부모찬스’는 엄마로서가 아닌 자신의 영달을 위한 것일 뿐이었다. “난 군복 입은 여자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곳까지 올라가게 될 거야. 내 위에 어떤 남자도 서 있지 못하게 만들 거야. 그러기 위해서 넌 완벽한 인간이 돼야 돼. 내가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오점이 돼선 안돼.” 그게 노화영이 노태남의 안전핀이 되어주려 한 이유였다.

워낙 ‘부모찬스’에 대한 정치적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군검사 도베르만>의 노태남과 노화영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진정한 자식 사랑이라면 보다 자애롭게 키우며 공정한 룰을 지키는 법을 알려야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완벽한 인간’이 돼야 하고 오점이 돼선 안 된다는 엇나간 방식이 결국 자신에게 폭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최근 새 정부 인사에 쏟아져 나오는 ‘부모찬스’ 논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제 한 회만 남겨놓은 <군검사 도베르만>. 군대와 방산업체, 정치권의 카르텔을 깨부수는 돈키호테 같은 군검사들의 사이다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아마도 노화영과 노태남의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 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훗날 돌아보면 당대를 시끌시끌하게 했던 ‘부모찬스’ 논란들을 이 드라마를 통해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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