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군대, 사회... 요즘 드라마들이 주목하는 집단 괴롭힘의 끔찍함

[엔터미디어=정덕현] 편일병(김요한)은 몸이 불편한 엄마까지 조롱하는 마병장(장영현)과 그를 따르던 이들의 괴롭힘을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들을 향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편일병은 노화영(오연수)의 아들 노태남(김우석)이 집단 괴롭힘을 당할 때 유일하게 도와주고 챙겨주던 인물. 하지만 그 역시 생활관에서 지속적이고 악랄한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러 군 장병들이 죽고 다치는 끔찍한 총기난사사건으로 이어졌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은 군검사인 도배만(안보현)과 차우인(조보아)이 부모를 죽인 노화영과 애국회 인물들에 대한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폭력과 비리를 극화해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뢰폭발사건으로 위장된 총기오발사건이나, 가짜 영웅 만들기, 상관 갑질 사건 등등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도 종종 듣던 그 사건들을 전체 복수극 서사 안에 녹여 놨다.

사실 <군검사 도베르만>이 군대 소재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건 집단 괴롭힘이 아닐 수 없다. 이 드라마가 시작 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떠올리게 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군대와 외부 방산업체 사이의 결탁에서 생기는 비리나 군대 내 애국회 같은 사조직 문제들을 다루며 <D.P.>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그려오던 <군검사 도베르만>도 군대 내 집단 괴롭힘을 소재로 빼놓을 순 없었을 게다. 이만큼 심각한 문제가 없고, 그로인해 생겨날 수 있는 엄청난 비극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집단 괴롭힘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군검사 도베르만>도 그렇지만,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은 아예 이 학교폭력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스릴러다. 연상호 감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면서, 드라마는 원작에는 없던 복수극 서사를 더해 넣었다.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 황경민(김동욱)이 가해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을 벌이고, 당시 그들에게 함께 괴롭힘을 당했던 황경민의 친구이자 형사인 정종석(김성규)이 그를 추격하며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마주하는 이야기.

그런데 <돼지의 왕> 원작에도 등장하듯이, 당시 집단 괴롭힘 가해자들과 싸웠던 철이가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절망하게 되고 전교생이 모인 조회 시간에 저들에게 보란 듯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그저 흉내만 내서 겁만 주려 했던 철이를 우상으로 여기던 종석이 밀어 떨어뜨려 진짜 죽게 만든 것. 결국 <돼지의 왕>도 학교폭력 같은 집단 괴롭힘의 파국이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황경민의 연쇄살인처럼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극단적인 선택의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는 저승사자라는 색다른 판타지 설정을 가진 MBC 금토드라마 <내일>에서도 그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다름 아닌 학교 폭력이다. 학창시절 끔찍한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가, 다시금 그 때의 가해자를 사회에서 만나면서 겪게 되는 괴로움을 다뤘다. 판타지 설정을 가져온 <내일>은 결국 그 가해자를 피해자의 입장에 세워둠으로써 그 고통을 직접 겪게 해준다.

최근 들어 다양한 장르물들이 만들어지고, 그 장르물에 사회적 이슈를 담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유독 집단 괴롭힘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건 물론 스릴러나 복수극 형태로 다뤄지는 이 소재가 폭력 중에서도 가장 잔혹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 은연중에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티빙,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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