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이 찰떡인 안보현, ‘군검사 도베르만’에선 다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미친 개 군검사’.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도배만(안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은 그 한 줄에 담겨있다. 전역을 앞둔 법무장교지만 그는 군을 나온 후의 인생 역전을 노리고 있는 야심가다. 타깃은 갖가지 방산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막강한 힘으로 법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IM 디펜스 노태남(김우석) 회장. 그와 결탁해 법률 경호(?)를 해주는 인물은 로펌 ‘로앤원’의 대표변호사 용문구(김영민)다. 도배만은 병역면제를 원하는 노태남을 도와 그의 눈에 든 후, 용문구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으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용문구 변호사 역시 만만찮은 인물이다. 도배만의 야심을 알고 있는 그는 노태남의 아킬레스건인 어머니 노화영(오연수)에게 아들의 이런 짓들을 보고함으로써 그 계획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여군 최초의 사단장인 노화영은 자식이 자신의 앞길에 작은 오점이라도 남겨서는 안된다며 마치 병사 다루듯 아들을 몰아세우는 인물이다. 개차반 회장이지만 어머니에 대해서는 공포감을 느끼는 노태남은 그래서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병역면제를 돕겠다고 나서는 도배만을 측근에 두려한다.

<군검사 도베르만>은 애초 군대 소재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와 비교되곤 했지만, 사실상 두 드라마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단 몇 회만에 보여줬다. 즉 <군검사 도베르만>은 물론 군대 내 비리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이 병영 내에서의 폭력 같은 군대 생활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D.P.>와는 달리, 군대와 연결된 권력자들 이를테면 방산업체 대표 같은 이들이 벌이는 비리들의 문제를 다룬다.

게다가 차우인(조보아)이라는 새로운 군검사가 등장하고, 그가 노태남과 용문구가 공조해 먹어치운 IM 디펜스의 이전 대표 딸이라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결국 다루는 것이 복수극이라는 걸 보여준다. 차우인은 과거 아버지가 도와줘 방위산업체 강스솔루션의 대표가 된 강하준(강영석)과 함께 이 복수극을 하나하나 실현해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해진 인물이 도배만이다. 막강한 실력을 갖춘 자이지만, 개인적 성공에 대한 야심이 앞서는 이 인물을 차우인은 자신의 계획(?)에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도배만은 성공을 위해 선선히 노태남 앞에 무릎까지 꿇는 자이고, 그런 그를 노태남 역시 ‘충견’ 정도로 말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사실 도배만이라는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가 잘 살아난 건 안보현의 찰떡 연기 덕분이다. 과거 <이태원 클라쓰>에서도 돋보이는 악역 연기를 선보인 안보현은 이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도 어딘가 타락하고 속물적인 군검사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그런데 <군검사 도베르만>의 도배만이 <이태원 클라쓰>의 장근원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건 절대 악이라기보다는 어딘가 정의의 편으로 돌아설 것 같은 여지를 갖는 존재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 속 정의를 수호하는 인물들로 선보다는 악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빈센조>나 <모범택시> 같은 사적 복수를 하는 드라마 속 다크히어로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악당이지만, 그래서 더 악과 잘 싸운다.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도배만은 아마도 이런 악당이지만 정의의 편으로 돌아설 악당 역할이 아닐까.

군대 내에서 만취한 상태로 주사를 잘못 놔 병사를 사지마비 상태에 빠지게 만든 군의관에 대한 공판에서 마치 그를 빼내줄 것처럼 여겨졌던 도배만이 정반대로 그 군의관의 과실을 입증해내는 장면은 도배만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말해주는 전조 같다. 과연 그는 권력의 개가 아니라 반전의 주인공이 되어 차우인과 함께 정의수호는 물론 사적복수 또한 이룰 수 있을까. 악역이 찰떡인 안보현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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