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에 대응하는 토종 OTT의 자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토종 OTT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때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것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넷플릭스의 힘은 여전히 강하지만 지난 1분기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유료구독자수가 감소하는 실적 부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분위기는 콘텐츠 화제성에서 드러난다. 한때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킹덤>, <D.P.>, <지금 우리 학교는> 등등 내놓는 K콘텐츠들이 글로벌한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던 걸 떠올려보면 현재의 넷플릭스는 어딘가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오는 24일 <종이의 집> 한국판이 선을 보이면서 어떤 반전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확실히 올해 상반기는 넷플릭스의 침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틈을 비집고 그간 다소 소소해보였던 토종OTT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글로벌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콘텐츠들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게임 원작 드라마 <헤일로>는 대표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이 작품은 게임 원작을 시리즈화한 것으로 우주 배경의 SF물이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스케일만은 확실히 남다른 작품으로 티빙이라는 토종OTT의 색깔에 글로벌한 색채를 더해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제휴된 글로벌 콘텐츠와 더불어 토종OTT의 강점일 수 있는 K콘텐츠들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이 시즌2로 돌아왔고, 김태호 PD와 이효리가 만난 <서울체크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결혼과 이혼 사이> 같은 OTT여서 가능한 수위 높은 리얼리티쇼가 시도되고 있다. 글로벌과 로컬이 적절히 조합된 이런 행보는 점진적으로 티빙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브는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토종OTT로 자리 잡았다. 현재 방영되는 작품은 물론이고 구작들이지만 명작으로 얘기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IHQ <에덴> 같은 수위 높은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독점적으로 선보여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왓챠 역시 마니아틱한 라인업으로 고정적인 팬층을 구축하고 있고, 최근에는 <시맨틱에러> 같은 작품의 성공으로 BL드라마의 저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모든 걸 다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OTT가 아니라, 무언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을 원하는 이들은 왓챠가 가진 선별된 콘텐츠에 시선을 돌린다.

토종 OTT들은 이제 자신들의 플랫폼 색깔에 맞는 전략들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그걸 조금씩 실행에 옮겨가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애플플러스 같은 거대 OTT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겠지만, 적어도 제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한 토종 OTT들이 최근 내놓고 있는 콘텐츠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웨이브,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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