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 권태기에 빠진 멜로의 연애세포를 깨우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구웅(안보현)과 헤어진 유미(김고은)는 새 남자친구 유바비(박진영)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우연찮게 구웅과 다시 재회하기도 하고, 제주지사로 내려간 유바비가 같은 팀 막내 인턴 유다은(신예은)을 만나고, 유미가 책을 출간하게 된 출판사 편집장 안대용(전석호)을 만나면서 그 관계가 흔들리는 듯싶었지만 여전히 굳건히 사랑해나간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2>의 에피소드를 줄거리로 요약하면 단조롭게만 보인다. 이건 우리가 그간 어마어마한 멜로드라마들을 보면서 익숙해진 클리셰들 중에서도 가장 단조롭게 보이는 줄거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미의 세포들2>는 시즌1에 이어 이 단조로운 클리셰로만 보이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고, 때론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되살려 놓는다.

다름 아닌 세포들 덕분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있지만, 세포들 세계에서는 알게 모르게 오로라가 생기고, 균열이 생겨나며 심지어 지진이 일어난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그 아픈 상처들이 새살로 되살아나고 더 굳건해진 사랑을 느끼면서 동시에 의심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그 감정들이 세포들 덕분에 이 드라마에서는 그 어떤 멜로보다 더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진다.

유미와 바비가 가까워지는 과정은 여전히 구웅과의 이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누워 있는 사랑세포가, 점점 돌직구로 가까이 다가오는 바비에 의해 세포마을 세포들의 바비 팬클럽이 생겨나고 그들이 사랑세포에게 달려와 그 마음을 받아주라고 농성(?)을 벌이는 광경으로 묘사된다. 물론 우연찮게 구웅을 다시 만나고, 그가 이별을 선언한 것이 사업이 망해서였다는 걸 털어놓기도 했지만, 유미는 바비에 대한 사랑을 지켜낸다.

이번 시즌2에서는 흥미롭게도 사랑이야기 이외에도 유미가 작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나와 고군분투하는 과정 또한 담겼다. 사랑세포와 이성이 감정이 같은 세포들만이 아니라 자린고비 세포와 작가세포의 대결구도를 통해 원하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불안해하는 청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또 이러한 꿈과 현실 사이에 서 있는 이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 또한 유미를 위로해주고 지지해주는 바비의 모습으로 전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유미의 세포들>은 시즌1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즌2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익숙해진 멜로의 클리셰들을 다시금 흥미진진하게 재해석해내고 있는 중이다. 사실 멜로는 워낙 많이 나와서인지 이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겨지는 면이 있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고, 다만 그 과정에서의 어떤 난관들을 넘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변주되는 것이 멜로가 아닌가.

하지만 <유미의 세포들>은 이 익숙하고 틀에 박힌 멜로를 ‘세포들’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가져와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평이했던 멜로의 그림들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가벼운 눈빛이나 스킨십마저 설렘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권태기에 빠진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깨워줬다고 해야 하나. <유미의 세포들>이 멜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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